고운기 시인 / 담배 10년
자동차 고치러 갔다가 왼쪽 가슴 주머니의 담배 슬그머니 바지 주머니에 숨긴다 정비소 주인은 내가 다니는 교회의 집사 속이자는 것이 아니라 왠지 그에게 모욕을 주는 일 같았다 들아오며 생각하니 담배 피운 지 10년 남들 끊을 나이에 시작한 늦담배가 쓴 내 인생의 이력서이다 때로 눈치보며 연기처럼 흘려보낸
고운기 시인 / 익숙해진다는 것
오래된 내 바지는 내 엉덩이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칫솔은 내 입안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구두는 내 발가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빗은 내 머리카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귀갓길은 내 발자국 소리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아내는 내 숨소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바지도 칫솔도 구두도 빗도 익숙해지다 바꾼다 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익숙해지다 멈춘다
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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