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용 시인 / 반복과 차이
지금 얼마나 왔습니까?
남작에서 후작으로 오르신 높은 이가 훈시하시었습니다. “거리에 나서서 몇 마디 외친다고 세상이 바뀔 것 같습니까?” 그리고, 한 시인이 청년들을 전쟁터로 유혹했습니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가실 때에는 빨간 댕기를 드리겠어요.”
상처를 치유하는데 백 년이란 시간은 부족합니까?
국무총리까지 오르신 높은 이가 다시 훈시하시었습니다. “필요하면 일본 자위대 입국을 허용할 것이다.” 그리고, 얼굴에 마스크를 쓴 젊은이들이 성조기를 들고 묵묵히 서 있습니다. “찌질하게 굴지 말고 방위비 분담금 빨리 보내라.”
우리는 지금 얼마나 더 갔습니까?
* 이 시는 질 들뢰즈의 책 『차이와 반복』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음.
- 시집 『천 년 동안 내리는 비』(시인수첩 2021)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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