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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한용 시인 / 반복과 차이

by 파스칼바이런 2022. 12. 26.

정한용 시인 / 반복과 차이

 

 

 지금 얼마나 왔습니까?

 

 남작에서 후작으로 오르신 높은 이가 훈시하시었습니다. “거리에 나서서 몇 마디 외친다고 세상이 바뀔 것 같습니까?” 그리고, 한 시인이 청년들을 전쟁터로 유혹했습니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가실 때에는 빨간 댕기를 드리겠어요.”

 

 상처를 치유하는데 백 년이란 시간은 부족합니까?

 

 국무총리까지 오르신 높은 이가 다시 훈시하시었습니다. “필요하면 일본 자위대 입국을 허용할 것이다.” 그리고, 얼굴에 마스크를 쓴 젊은이들이 성조기를 들고 묵묵히 서 있습니다. “찌질하게 굴지 말고 방위비 분담금 빨리 보내라.”

 

 우리는 지금 얼마나 더 갔습니까?

 

* 이 시는 질 들뢰즈의 책 『차이와 반복』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음.

 

- 시집 『천 년 동안 내리는 비』(시인수첩 2021)에 수록

 

 


 

정한용 시인

1958년 충북 충주에서 출생. 경희대에서 문학박사 학위.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부문 당선, 1985년 《시운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저서로는 시집으로 『얼굴 없는 사람과의 약속』(민음사, 1990), 『슬픈 산타 페』(세계사, 1994), 『나나 이야기』(민음사, 1999), 『흰 꽃』(문학동네, 2006),  『유령들』(민음사, 2011)과  평론집에 『지옥에 대한 두 개의 보고서』가 있음. 천상병문학상 수상.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인터넷 문학동인회 [빈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