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 시인 / 들풀에게
한때는 꽃이 되고 싶었다
사막의 꽃처럼 뒤틀린 아픔 속에서도 살면서 만나는 고난도 진한 향기가 된다고 믿었다
꽃으로 살아갈 수 없는 얼어붙은 계절에도 홀로 일어서는 깃발처럼 밤새 눕지 못하는 생의 투지 화려한 이름 하나 욕심 내지 않고도 그대 삶이 꽃보다 아름답다 실은 눈물 나게 향기롭다
하영 시인 / 분반좌分半座 그늘 아래
기축년 윤오월 황포돛배 타고 낙화암 간다 마음 급한 코스모스 앞세우고 틈새마다 끼어 있을 부여융의 허리끈 찾으러 간다 고란수 한 잔, 청해 달게 마시고 말없는 백마강, 말없이 내려다본다 의자왕도 태자 융도 일만여 명의 백성과 소정방도 아득한 저쪽 세월로 봉인된 시간 속에 말없이 묻히고 흔적 또한 찾을 길 없다 황포돛배에 몸 싣고 구드래 나루터로 돌아오는 길 온갖 설움들 모여 향기롭게 꽃을 띄운 강물 위에 햇빛이 마른자리를 내어 준다 그 옛날 그 분이 다자탑전(多子塔前)에서 흔쾌히 자리를 내어 주시듯 그리움의 발자국 수없이 난 길을 걸어 궁남지 연밭길 에돌아 나오니 하얀 꽃잎마다 인욕선인이 가부좌 틀고 앉아 계신다 그 분이 내어주신 분반좌(分半座) 그늘 아래 안타까운 마음길만 내려놓은 기축년 윤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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