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범 시인 / 어느 날
눈물겹게도 얼음감옥이 풀리네 풀은 저항이 힘들고 작은 구름들 멈춘 채 바람도 없이 흔들리는데 그날 그렇게 얼음감옥이 풀리네 긍휼이 살다간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세상은 가만 놔두질 않고 자본은 그림자처럼 따라와 등을 떠미네 얼음감옥은 떠다 밀린 사람들로 가득하고 비명은 구공탄 불꽃처럼 가혹하네 붉네 얼음감옥에선 봄을 기다리는 것도 사치일 뿐 아버지가 한 줌 재로 풀풀 날리는 그날 그렇게 얼음, 감옥에서 풀리네 새살스러운 봄이 왔네
-시집 『청설모와 놀다』에서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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