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곤택 시인 / 아마도 셋은
꼬마 셋이 지나간다. 같은 곳에서 머리를 자른 듯 머리 모양이 똑같다. 가운데 아이가 저금통을 거꾸로 들어 올린다. 셋이서 동전 구멍을 올려다본다.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눈송이 민들레 사탕 한 알, 어떤 것이 나오면 좋을까. 꼬마 셋은 닮았다 하나쯤 닮지 않아도 좋지만 그들은 닮았다.
더 많이 닮다가 슬슬 달라지겠지. 과일을 사거나 팔겠지. 과일 가게를 지나가겠지. 튀어나온 자동차에 놀라 물러서겠지. 사랑하거나 그랬다고 믿겠지. 매미 소리를 듣겠지. 겨울에도 푸른 풀잎들을 무심결에 지나치겠지. 기다리는 사람이 있겠지. 닮았다가 달라지다가 다시 닮아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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