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자 시인 / 장대높이뛰기
달려온 길, 더듬어 볼 궤적이 없으니 가벼워지더군요
시작과 끝점은 마주할 수 없다는 것 알기에 피어나는 꽃들 더 멀리서 바라보려 했지요
도움닫기 없이도 솟구칠 것 같아요
쌓여가는 시간과는 모질게도 불협화음이므로 어둠의 변곡점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길이 보였죠
이쯤이 활주로인듯 두 눈 부릅뜨고 망설임 없이 장대를 꽂아 휨새의 탄력을 받아요
온통 어둠뿐인 땅을 짚고 공중으로 힘껏 솟구쳐 보는 거죠
뒤틀린 마디마디여도 농익었군요 청명한 하늘아래, 봉숭아 꽃씨는
심수자 시인 / 꿈, 상강에 닿다
분홍을 잃어버린 모랫길 발바닥 뜨겁기만 하다가 목표를 정하지 못한 채, 일보 전진 일보 후퇴
제자리 걸음에서 어제의 물음표들이 숨차게 쏟아져 내린다
부풀려진 세상 말들을 쫓다가 짧아져 버린 호흡의 길 꿈의 색깔 찾겠다고 허비한 시간들 별빛으로 총총 걸렸다
갈색으로 변해가는 잎들 반경 따라 발걸음 옮겨가고 있는 나
상강에 서리 내리면 도마뱀 꼬리만큼 남아있던 꿈마저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것 아는 눈빛 마른 나뭇가지에 홀로인 새로 앉혀둔다
눈꽃가루 휘날리기 전 철새들은 날아가고 또 다시 돌아올 봄날 꿈은 분홍이기를
-『감응의 구간 』( 형상시학10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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