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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바름 시인 / 낮술을 마시다가 1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4. 11.

정바름 시인 / 낮술을 마시다가 1

 

 

멀리서 한 사내가 다가오자

개가 왕왕왕(王王王)짖었다

사내가 왈왈왈(曰曰曰) 대꾸하자

제법 개소리가 통했다

 

주거니 받거니

술잔이 오고갔다

 

사람도 어느 경지에 오르면

개가 되거나

개소리쯤은 지껄일 수 있겠다

개도 어느 경지에 오르면

개 같은 인간 정도는 될 수 있겠다

 

주거니 받거니

개 같은 시절이 흘러간다

 

 


 

 

정바름 시인 / 그 하느님은 어머니다

 

 

"몇 푼 위로도 되지 못하는

만 원짜리 몇 장 슬그머니

병든 어머니 손에 쥐어드린다

 

평생을 쏟아 붓고도

가난한 자식 보기 안됐는지

한사코 손을 내젓는 어머니

 

나는 이제 늙었으니

네 식구나 돌보거라

 

부끄런 손 접고

눈물 삼키며 돌아서는데

어머니 가슴에 설핏

하늘이 안겨져 있다

 

평생을 헤매도 찾지 못했던

하느님

거기 앉아 계셨다"

 

 


 

정바름 시인

1964년 충북 영동에서 출생. 1993년 《한국시》로 등단. 시집으로 『사랑은 어둠보다 깊다』 『빛비』가 있음. <협동조합 뮤즈>의 이사장을 역임했고 각종 공연의 해설을 맡고 있다. 현재 큰시, 대전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