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혜진 시인 / 우리의 목책공
머무릅시다 목책보다 더한 장벽으로 그때나 이때나 들어설 수 없는 장벽이 둘러쳐져 있으니
변할 게 없다는데 변한 게 많아 생각 없다는데 생각이 많아 닿을 수 없이 멀어진 거리입니다 지금은
함께 살기를 결의한 것이 함께 죽기를 각오한 것이 죽기 살기였습니다만 물과 바람과 태양이 출렁였으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이전과 이후가 휘날리는 이곳에서 기다림은 없고 무관한 이유만 가득한 이곳에서
알 듯 말 듯 한 사람처럼 다 안다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조금 전이나 오랜 후나 우리는 파란이 되고 파장이 될 것입니다
우주의 블랙홀보다 캄캄합니다만 불 꺼진 입간판만 가슴속에서 덜렁거립니다만
기다립시다 지금은 사람과 사람의 브레이크 타임 오늘의 우리를 가장 많이 소비하게 된다 해도
웹진 『시인광장』 2023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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