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종 시인 / 첫눈
첫눈이 마지막 눈인 것같이 포자가 폄석(砭石)처럼 갑옷의 표피를 입은 단풍나무의 심장을 관통할 때 혈맥에서 쏟아내는 그리움이 고로쇠 수액이다
어떤 것들에게서의 피의 맛은 창백한 실연의 봄이기도 하였다
병스메를 몇 병을 더 먹어야 상처가 아물 수 있을까 음악 다방에서 멜라니 샤프카의 '가장 슬픈일'을 몇 번 이나 더 들어야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렇게 첫눈이 오는 날 심장을 꺼내 눈밭에 차갑게 헹군다
살아서 더는 내려놓을 수 없는 당신을
웹진 『시인광장』 2023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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