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자 시인 / 벌판의 꽃나무
봄에는 너무 많은 꽃이 핀다
꽃피지 않을 테다 결심하는 나무 잎만 무성한 나무, 잎 떨구고 줄기만 자라는 나무 나무만 남아도 나무인 나무 그런 생각도 생각하지 않는 나무 앞에 나는 서있다
몸을 떠나 먼 곳에서도 바라보는 몸
빛의 채찍이 목련나무를 시간은 내 몸을 착취한다
잎 속에서 밀려나오는 나를 본다
붉은 얼굴의 나에게 어이, 꽃나무 이제 그만 가, 너 때문에 생각이 돋고 꽃 피려고 해
나는 그만 생각하지 않는 나무에게서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벌판 한복판에 나혼자라는 생각이 든다
봄엔 밖이 집안보다 따듯하다 나가고 싶지 않았다
웹진 『시인광장』 2023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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