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15584 김진규 시인 / 매미 외 5편 김진규 시인 / 매미 매미 허물이 매미를 찾아 나무를 기어오른다 우렁찬 매미소리는 죽은 몸을 찾는 것이 아닌데 이번 생을 이제 그만, 넘겨주려는 것이 아닌데 허물은 한참을 그 자리에서 기어오른다 잘려나간 가지 자리에 매미가 앉으면 바람은 부는가 .. 2025. 7. 31. 임동윤 시인 / 잠시라도 외 5편 임동윤 시인 / 잠시라도 함박눈이 아파트에 내리고 있습니다 꽁지 짧은 새들이 와서 먼저 밟고 갔습니다 눈향나무 둘레가 바닥까지 휘어져 있습니다 쏟아지는 눈발이 야만의 뼈를 덮고 있습니다 물 쟁이는 나무들의 소리가 한창입니다 .. 2025. 7. 31. 박승민 시인 / 감나무사다리 외 7편 박승민 시인 / 감나무사다리 감나무 가지를 잡고 있는 조롱박의 손 힘줄이 파랗다 쉰을 넘는다는 건 허공으로 난 사다리를 오르는 일 지상의 낯익은 온기들과 멀어져 바람과 구름의 낯선 사원을 지나 자기만의 .. 2025. 7. 31. 심강우 시인 / 고독의 기원 외 5편 심강우 시인 / 고독의 기원 내 방에 쌓인 게 고독이다. 직접 구매하거나 누군가가 준 고독이다. 고독도 규격이 있고 유통기한이 있다. 대중이 선호하는 고독은 그리 많지 않다. 최초의 고독을 가공하면 가구가 된다. 색 바랜 서랍이 되고 옷장이 되고 삐걱거리는 의자가 된다. 낡은 가구는 주목을 받지 못한다. 가구의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친구를 만난다. 지인을 만나고.. 2025. 7. 31. 안수환 시인 / 꽃따지 외 5편 안수환 시인 / 꽃따지 쑥을 캐는 아내 곁에서 꽃따지 보며 나는 코를 벌름거렸다 논두렁 밭두렁에 꽃따지가 서서 나처럼 코를 벌름거렸다 까르르 내 아.. 2025. 7. 31. 김완 시인 / 폐차 외 5편 김완 시인 / 폐차 남은 생을 비우고 버려야겠다 잘 나가던 승용차가 하루아침에 폐차될 처지가 되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도 살갑게 보살피지 못했다 힘들다고 여러 번 신호를 보내도 불편해지면 마지못해 .. 2025. 7. 31. 양은숙 시인 / 완력과 완장 외 5편 양은숙 시인 / 완력과 완장 완장을 찬 그가 나타났다 나의 멱살을 잡고 팔을 뒤로 꺾음과 동시에 다시 또 징벌방에 밀어넣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무렴, 그의 안다리걸기는 수준급이었고 그 작은 체구로 보아, 그 완력의 근원은 아.. 2025. 7. 31. 이진옥 시인 / 시지프의 돌 외 5편 이진옥 시인 / 시지프의 돌 어머니 오늘 밤은 달이 너무 동그래요 달을 굴려주세요 내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게 환하게 굴려 주세요 어머니 나는 달을 훔치지 않았어요 잠시 바라보았을 뿐인데 내게 주어진 가혹한 형벌 어머니 .. 2025. 7. 31. 김정미 시인 / 달빛 공장 외 5편 김정미 시인 / 달빛 공장 달빛 공장에서 밤마다 달을 구워 본 적 있다 달은 뒤편이 일으켜 세운 그늘의 또 다른 앞면 담장 밑에 떨어진 절망의 얼굴을 줍는다 달빛망치질 소리가지붕에 와 눕는다 창가에 내려 .. 2025. 7. 31. 임수현 시인(예천) / 마음의 문 외 8편 임수현 시인(예천) / 마음의 문 -허생- 신이 사람을 만들 때 마음에 창을 냈더라면 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을 텐데요 열 길 마음을 만들어 놓고 소심하다 하고 욕심이 많다 하고 성급하다고 .. 2025. 7. 31. 이희국 시인 / 아버지 외 5편 이희국 시인 / 아버지 아버지는 언제나 돌아서 있었다 명문가의 고학력 아버지 하수들 설치는 꼴 보기 싫어 시대의 뒤편만 찾아다녔다 세월의 회오리에 청운의 꿈 부서지고 무너진 권투선수처럼 퍼렇게 멍든 채 역사의 태풍은 모질어 등록금 없어.. 2025. 7. 31. 김혁분 시인 / 사월애愛 외 5편 김혁분 시인 / 사월애愛 내 키만큼의 폭과 깊이로 파놓은 기다림 바깥에 누워 있는 꿈을 꾸었어요 장미꽃 한 다발을 받았거든요 흰나비가 날아오르는 봄날에 마흔네 송이 흰장미라니 꿈속의 흰장미는 죽음이라면서요 릴케는 무성한 장미꽃 가시를 보았을까요 아침부터 .. 2025. 7. 31. 이전 1 2 3 4 ··· 12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