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의 휴식(Rest on the flight into Egypt, 1628) 오라치오 젠틸레스키(Orazio Gentileschi, 1563-1639)
작가 오라치오 젠틸레스키는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순간을 뛰어나게 묘사하여 극적 긴장감을 자아냈던 카라바조의 영향 아래에 있던 화가입니다. 오늘 만나는 그의 작품 「이집트에서의 휴식」 또한 사실감이 넘치는 표현으로 긴박함과 함께 위기 다음에 온 잠시의 휴식을 극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베들레헴에서 예수를 낳은 성가정은 요셉의 꿈에서 ‘헤로데가 아기를 없애려 하니 이집트로 피신하라(마태2,13-14 참조)’는 천사의 말에 따라 황급히 길을 떠나 이집트로 향합니다. 이 작품은 배경의 어두움과 인물들을 향한 밝은 빛의 대조를 통해 그간의 긴장과 현재의 평안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림 왼쪽에는 요셉이 큰 포대 자루 위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고, 오른쪽에는 편안히 앉은 어머니 마리아가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직선적 구도는 이제 모든 일이 정리된 것 같은 편안함을 나타내는 구도입니다.
작가는 요셉의 얼굴을 늙은 노인처럼 그려 넣었는데, 이는 요셉의 헌신적이고 구도적인 아버지의 삶을 드러냅니다. 가슴을 풀어헤치고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마리아의 모습은 우리에게 낯선 모습이지만, 젖을 먹는 아기 예수의 모습이 참으로 천진난만하고 편안해 보입니다. 반면 담 너머 하늘에는 비라도 내릴 것 같이 짙게 드리운 구름을 그려 넣었습니다. 앞으로 이 성가정이 겪게 될 고난을 예고하는 듯합니다.
교회는 가정을 평생 운명 공동체라고 가르칩니다. 작가는 어떠한 고난과 어려움에서도 서로 헌신하며 사랑으로 함께 극복해나가는 성가정의 모습을 이 작품을 통해서 500여년이 지나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영현 신부 (가톨릭미술가협회 지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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