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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올리브산의 그리스도 / 보티첼리

by 파스칼바이런 2011. 10. 24.

 

올리브산의 그리스도(Prayer in the Garden, 1444)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

 

<올리브산의 그리스도>라는 보티첼리의 작품은 최후의 만찬 후 게세마니에서 기도하시는 그리스도를 복음서에 충실하여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수난을 앞둔 그리스도의 마음은 그 분의 기도에 나타납니다. “내 영혼이 당황합니다. 하고자만 하신다면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소서.” 예수님은 피땀을 흘리며 아버지께 기도하십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나와 함께 깨어있어라, 나와 함께 기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눈이 무거웠고, 그들은 스승의 고통에 함께 하지 못하고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돌을 던지면 닿을만한 거리에서 피곤에 지쳐 잠을 자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은 참으로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보티첼리는 제자들의 자리와 예수님의 자리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자리는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요 성스런 자리임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보티첼리는 기도하시는 예수님 곁에 아버지의 사랑을 전달하는 천사를 그려 넣었습니다. 루가복음에 등장하는 천사는 수난 앞에서 고뇌하는 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도 제자들에게 바라던 ‘고통 중에 함께함’을 천사가 하고 있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마음을 다 아는 것처럼 예수님을 향하여 팔을 뻗고 있고, 그 손에 고난의 잔을 들고 있습니다.

 

이 천사는 예수님께 무엇이라 했을까요? 수태고지 때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님께 했던 그 말씀을 하지 않았을까요?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다.” 천사의 이 말에 “주님의 종이 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하신 성모님처럼 게세마니에서 예수님은 “아버지!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하고 말씀하십니다.

 

보티첼리는 이 극적인 장면을 강조하기 위해서 아주 깜깜한 밤이 아닌 날이 밝아오는 새벽녘을 그려 넣었습니다. 이는 고난을 넘어 구원을 희망하는 빛이 밝아오기 때문입니다.

지영현 신부 (가톨릭미술가협회 지도신부)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1년 7/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