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과 하와 (Adam and Eve, 1507)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1471-1528) Oil on panel, 209 X 81cm
지영현 신부 (가톨릭회관 평화화랑 담당)
뒤러의 아담과 하와는, 뱀의 유혹에 넘어가 하느님의 명을 어기고 선악과를 베어 먹은 아담과 하와가 자신들이 알몸임을 부끄러워하게 되는 성경 내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그림에서 아담과 하와는 따로 각각의 공간을 차지합니다. 지아비와 지어미의 관계를 암시하는 것은 두 사람이 나누는 시선과 손에 들린 선악과뿐입니다. 이들은 인식의 열매를 베어 먹고 눈이 열려 선과 악을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신성의 위험한 영역에 첫발을 들인 것입니다. 갑자기 밝아진 눈은 부끄러움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알몸 말고는 모든 것을 보고 누렸던 인간의 행복한 눈이, 알몸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배경에는 짙은 장막이 드리웠습니다. 그러나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배경에서 밝게 빛나는 인체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하느님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모습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아담과 하와는 예수님과 마리아의 구약적 예형입니다. 그들이 묶은 것을 이들이 풀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저지른 죄악의 원형을 이들이 속량했기 때문입니다. 어깨선이 아름다운 하와는 눈부신 허벅지를 교차시키면서 뒤에서 앞으로 걸어 나옵니다. 결단의 행동입니다. 선악과 선택에도 주저함이 없어 보입니다. 다만 머리카락이 바람 없이 휘날립니다. 여자의 행동을 지켜보던 아담도 사과를 받아들입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부끄럽게 만납니다. 신의 당부를 깨뜨리는 아담의 인간적 의혹과 망설임이 보입니다. 걸음걸이가 좌우로 주춤거립니다. 뒤로 젖힌 그의 오른손에는 억제할 수 없는 유혹에 기울어지는 마음과 내키지 않는 거부의 심정이 고통스럽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죄를 지어 처하게 된, 깊이가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 짙은 어두움 그 자체에서 밝은 빛이 비쳐옵니다. 아담과 하와를 눈부시게 비추는 그 빛은 죄 지은 인간을 연민의 정으로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눈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둘은 죄를 짓고 낙원으로부터 쫓겨나지만 하느님의 마음은 그들 곁에 함께 계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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