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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성모영보 / 로렌초 로토

by 파스칼바이런 2011. 11. 15.
성모영보(Annunciation, 1527)

 

성모영보(Annunciation, 1527)

로렌초 로토(Lorenzo Lotto, 1480-1557)

 

지영현 신부 (가톨릭회관 평화화랑 관장)

 

로렌초 로토는 위엄보다는 인간적이고 솔직한 면모를 강하게 표현한 작가입니다. 로토의 <성모영보>에 등장하는 성모 마리아는, 예수를 잉태하게 될 사실을 이미 아는 것처럼 순종적인 태도로 그려진 기존의 성모 마리아와는 달리, 화들짝 놀라며 달아나려는 수줍음 많은 처녀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루카 복음(1,26-38참조)의 말씀대로 마리아는 몹시 당황하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또 하느님과 천사 가브리엘과 성모 마리아, 이 세 인물의 행동은 모두 다소 과장돼 보지만 그만큼 표현적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펄럭이는 옷자락들은 일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것을 한층 더 실감나게 합니다. 바깥에서 왼손을 뻗어 명을 내리시는 하느님과, 이제 막 방에 날아 들어와 앉은 자세로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천사 가브리엘, 그리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양손을 들어 올린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성모 마리아, 악령을 상징하는 고양이가 천사 가브리엘의 등장에 놀라 꼬리를 내린 채 도망치고 있는 모습. 이 작품은 <성모영보> 이야기를 직관적이고 단순하면서도 인간미 넘치게 표현한 남다른 매력이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내가 왜! 왜 내가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나!” 하고 말합니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성모님도 그러하셨을 것입니다. 성모님이라고 왜 피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겠습니까? 그분은 그래서 ‘어떻게’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내 주님의 뜻이라면 그대로 이루어지소서라고 응답합니다. 주님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에게 닥친 이유 없는 고통을 피하지 않고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으신 주님께서 바로 내 곁에 계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분이 내 아버지이신 하느님이시라는 믿음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