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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을 방문한 그리스도 / 야코포 틴토레토

by 파스칼바이런 2011. 11. 22.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을 방문한 그리스도

야코포 틴토레토(Jacopo Tintoretto, 1518~1594)

(Christ in the House of Martha and Mary, 1570-1575)

 

지영현 신부 (가톨릭회관 평화화랑 관장)

 

야코포 틴토레도의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을 방문한 그리스도>는 예수가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의 집을 방문했을 때의 일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배경은 넒은 실내입니다. 작품 뒷면의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도 보입니다. 작품 전경에는 사선으로 놓인 탁자 앞에 앉아 말씀 중인 예수와 그의 발치에 앉아서 열심히 듣고 있는 마리아의 모습이 보입니다. 마리아 바로 위에는 언니 마르타가, 오른손으로 동생을 가리키며, 왜 손님 맞을 준비는 하지 않고 예수의 말씀만 듣고 있느냐고 불평하고 있습니다.

 

마리아와 마르타는 당시 베네치아 귀부인처럼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입니다. 이처럼 틴토레토는 과거에 일어났던 성경의 이야기를 지금 막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인들의 의상에서 보이는 화려한 장식과 감미로운 색채는 틴토레토가 베네치아 화가임을 알립니다. 틴토레토는 이 작품을 통해서 성경에 등장하는 일화를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여념이 없는 마리아와 예수는 영적으로 교감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마리아의 뒤에서 두 인물의 대화에 끼어들고 있는 마르타는 예수의 시선과도, 마리아의 시선과도 어긋난 채 영적인 교류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르타의 등뒤에 바로 보이는 부엌 묘사 역시 그가 정작 중요한 것은 잊은 채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예수께서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에 방문하신 것은 좋은 음식을 대접받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분께 좋은 음식만큼 중요한 것은 당신의 말씀을 전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말씀에 허기진 자신을 예수께 내맡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니인 마르타는 경황없이 봉사하는 일에 분주한 상황에서 신이 나있었고 자기 여동생도 그 일에 참여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예수께 말씀드립니다. 마리아에게 자기 일을 거들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이것은 질투에서 나온 말은 아닙니다. 당시 여자는 율법 해설을 들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주님을 섬기는 이 기쁜 일에 동생도 함께 참여시키고 싶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하느님을 섬기는 진짜 봉사가 무엇인지 예수님의 새로운 가르침이 보입니다. ‘마르타 마르타’하고 정답게 부르시며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는 나를 대접하느라 여러 가지 일에 마음을 쓰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한가지 뿐이라고. 이 말씀은 너희가 세상 일에 너무 분주하게 살고 있지만 오직 중요한 것은 내 말을 듣는 것 뿐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사도시대에 교회의 ‘물질 생활 관리’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말씀의 관리’ 두 직분을 반영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마리아는 시편의 축복인 좋은 몫을 택했습니다. 시편에는 “주여 나의 몫은 당신의 말씀을 간직하는 일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주님을 섬기는 일 중 가장 좋은 일은 그 분의 말씀을 새기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