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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성화를 통해 본 그리스도 왕 대축일

by 파스칼바이런 2011. 12. 1.
성화를 통해 본 그리스도 왕 대축일

 

성화를 통해 본 그리스도 왕 대축일

천사들 환호소리, 머리 위 찬란한 왕관

 

(사진설명)

▲ 죽은 이들의 부활

▲▲ 악마에게 끌려 지옥으로 떨어지는 무리들

▲▲▲ 천국으로 들어 가기 앞서 천사들에게 왕관을 받고 있는 선인들

 

교회는 전례력으로 연중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지내고 있다. 교회는 이날 예수 그리스도가 참으로 인류의 왕이요, 역사의 주님이심을 다시 한번 고백하면서 신자들에게 이날 인류 역사의 마지막 날에 왕으로 오실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받을 심판을 생각하며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반성하도록 초대한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맞아 세상 종말에 있을 심판의 날을 묘사한 작품 중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루카 시뇨렐리의 작품을 통해 이날 축일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그림 제공=한국교회사연구소]

 

'최후의 심판'을 묘사한 대표적 성화로 미켈란젤로(1475~1564)가 1541년에 완성한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최후의 심판'이 꼽힌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의 순수 창작품이 아니다. 미켈란젤로는 성체 기적 성지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주교좌 성당의 산 브리치오 경당 프레스코화 '세상의 종말ㆍ 최후의 심판' 작품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미켈란젤로에게 영감을 준 위대한 화가는 전기 르네상스 시대 때 활동했던 이탈리아 피렌체 코르토나 출신의 루카 시뇨렐리(1445/50~1523)다. 시뇨렐리는 원근법을 이용 가까운 곳은 크게, 먼 곳은 작게 그리는 공간 투시도법과 원근법 원리를 인체에 적용한 단축법을 발전시킨 화가이다. 특히 그는 인체의 강인한 근육 움직임을 통해 정신과 영적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던 작가였다.

 

시뇨렐리는 오르비에토 지역을 관장하던 성 베네딕도회 아빠스의 요청으로 산 브리지오 경당에 '세상의 종말ㆍ최후의 심판' 작품을 그렸다. 이 프레스코화는 1499년 4월에 시작해 1504년에 완성됐다. 경당의 네 벽면과 천정 전체를 덮고 있는 이 프레스코화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의 종말과 최후의 심판을 예고한 말씀(마태 24,5-10; 25,31-33.46 마르 13,22-25 요한 5,28-29)을 묘사하고 있다. 시뇨렐리 작품은 심판자이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천상계, 죽은 이들의 부활, 승천하는 이들, 지옥으로 끌려가는 무리 등 5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두 천사가 '그리스도의 승리'를 상징하는 십자가 깃발을 묶은 큰 튜바를 불자 죽은 자들이 무덤에서 부활하고 있다. 죽음의 깊은 잠에서 막 깨어난 인간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 튜바 소리가 들리는 천상을 향해 쳐다보고 있다. 이런 어수선에서도 한 무리는 부활을 환호하며 서로 엉켜 춤추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앞으로 닥쳐올 심판을 두려워하며 떨고 있다.

 

육신은 구원의 축이다. 죽음을 통해 육신은 영혼과 분리되지만, 부활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변화된 육신을 영혼과 다시 결합시켜 주심으로써 우리 육신에게 영원히 썩지 않는 생명을 돌려주신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1015~1016항 참조). 시뇨렐리는 죽음에서 부활한 '영적인 몸'(1코린 15,44.)을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육체미로 표현하고 있다.

 

죽음에서 부활한 모든 인간은 곧 그리스도 왕으로부터 '최후의 심판'을 받는다. '믿고 회개하기를 끝까지 거부한 자들'은 꺼지지 않는 '불지옥'(마태 13,41-43)으로 보내진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아수라장이다. 악마의 손아귀를 피해 도망치려 하지만 불가항력이다. 핏빛 하나 없는 냉혹한 악마들이 머리채를 잡거나 목덜미를 휘어잡고 끌고 간다. 발버둥 칠수록 악마들은 들쳐업거나 양 팔을 등 뒤로 묶거나,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으며 잔혹하게 끌고 간다. 시뇨렐리는 악마의 몸을 자주색과 녹색, 회색으로 그렸다. 이는 긴장된 자세와 해부학적 세부묘사와 어울려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그리스도 왕 오른 편에는 '천국'에 들어갈 무리들이 천사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천국에 사는 것은 '그리스도와 같이 사는 것'이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1025항). 성경에서 생명, 빛, 평화, 아버지의 집, 천상 예루살렘 등으로 비유되고 있는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뽑힌 이들은 선업의 보상으로 천사들에게 왕관을 받고 있다. 또 한 무리 천사들은 수금과 비파 등을 연주하며 뽑힌 이들의 천국 입성을 축하해 주고 있다. 음침한 회색 배경의 지옥과 달리 천국은 온통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황금색으로 치장돼 있다.

 

세상의 종말과 최후의 심판을 표현한 시뇨렐리의 작품에서 보았듯이 교회가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지내는 것은 더욱 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회개의 삶을 살도록 신자들에게 촉구하기 위해서다. 가톨릭 신자는 매일 신경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시며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는다'고 고백한다. 이 고백은 우리 모든 신앙인들에게 단순히 말로 읊조리는 경문이 아니라 생활의 실천으로 증거하는 행동이 돼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