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로 보는 예수 부활 빈무덤, "그분께서 되살아나셨다" "그분께서 되살아나셨다"(마르 16,6). 예수 부활을 알리는 복음서의 이 말씀이 인류 구원사를 뒤바꾸어 놓았다. 이 한 말씀으로 온 세상 사람들은 예수를 '그리스도'라 고백하게 됐고, 하느님께서는 인류의 구원을 보증해 주셨다.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아 빈 무덤을 주제로 예수 부활을 형상화한 성화 두 작품을 소개한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작품 '그리스도의 부활'(Resurrezione di Cristo)과 17세기 바로크 시대 프랑스 화가 시몽 부에 작품 '무덤에 온 여인들'(Le pie donne al sepolcro)이다. 복음서는 예수 부활의 첫 표징으로 '빈무덤'을 제시한다. 복음서 저자들은 빈 무덤 이야기를 서로 모순될 만큼 다르게 전하고 있다. 성서학자들은 이러한 모순이 오히려 사건의 진실성을 더 강력하게 웅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네 복음서 저자들이 전하는 예수의 빈 무덤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마르코ㆍ마태오ㆍ루카 복음서의 빈 무덤 이야기다. 안식일 다음날 동틀 무렵, 마리아 막달레나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가 예수의 시신에 향료를 바르기 위해 예수의 무덤에 갔을 때(마르 16,1) 무덤 입구가 열려 있었다. 놀라 무덤에 들어가 보니 흰 옷을 입은 이가 예수께서 되살아났으니 이 사실을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일러주라고 말한다. 요한 복음은 세 복음서와 다소 다른 내용의 빈 무덤 이야기를 전한다. 십자가에 내려진 예수의 시신은 몰약과 침향이 섞인 향료 32리터로 염습한 다음 아마포에 싸여 무덤에 안치됐다. 안식일 다음 날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의 무덤을 찾았는데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다. 마리아는 이 사실을 베드로와 제자들에게 알렸다. 놀란 제자들은 예수의 무덤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베드로가 제일 먼저 무덤으로 들어갔다. 무덤 안에는 있어야할 예수의 시신은 없고, 예수의 얼굴과 몸을 쌌던 수건과 아마포가 가지런히 개켜져 있었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그리스도의 부활', 1463년, 산 세폴크로 시립 미술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1416?~1492)는 차분하고 질서정연한 원근법으로 르네상스 화풍의 한 축을 이끌었던 이탈리아 화가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의 전성기 때 작품으로 과장됨 없는 차분한 색채와 구성이 인상적이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가 묘사한 그리스도 부활은 마태오 복음서 내용(마태 28,1-4)처럼 요란하지 않다. 지진도 일어나지 않고 천사의 출현도 없다. 오히려 무덤을 지키다 곯아떨어진 경비병들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하고 적막하다. 바람마저 잠든 깊은 고요 속에 그리스도께서 홀로 부활하신다. 그리스도는 부활의 상징으로 하얀 바탕에 빨간 십자가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 있다. 깃대를 잡고 있는 오른손과 석관 가장자리를 딛고 있는 왼발에서 죽음을 이긴 그리스도의 강한 힘을 느낄 수 있다. 부활한 그리스도의 몸은 십자가에 달려 죽었던 그 몸 그대로다. 프란체스카는 육신의 부활을 고백하려고 어떤 과장도 없이 인간의 육체와 똑같이 부활한 그리스도의 몸을 그렸다. 프란체스카는 부활의 증거로 동굴 무덤이 아닌 석관을 그려놓았다. 그의 고향인 '보르고 산 세폴크로'는 우리말로 '거룩한 묘지의 교외지역'이란 뜻이다. 어릴 때부터 무덤 가까이에서 자란 프란체스카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석관에 그의 가문 문장을 새겨놓았다. 무덤을 지키던 네 명의 경비병이 깜빡 잠들었다. 석관 주위에 웅크리고 앉아 잠에 떨어진 이들은 그리스도 부활의 증인이자, 화면의 공간적 구성을 확장하는 역할을 맡았다. 예수 부활을 주제로 한 성화 작품에 등장하는 경비병들은 대체로 소스라치게 놀라 땅바닥에 주저앉거나 눈을 가리는 자세로 묘사된다. 하지만 프란체스카는 그러한 과장된 몸짓을 철저히 배제했다. 경비병들을 석관 아래 잠든 모습으로 배치시켜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모든 시선이 우선적으로 이끌리게 구성했다. 그리고 프란체스카는 왼쪽 두 번째, 얼굴이 정면으로 드러나는 경비병을 자화상으로 그려 자신의 신앙 고백을 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부활로 모든 인간에게 구원의 길이 열렸다. 프란체스카는 풍경을 통해 이를 웅변적으로 말하고 있다. 부활한 그리스도를 정점으로 반은 황폐하고, 반은 푸르다. 이는 그리스도의 부활로 인류가 죄에서 벗어나 구원의 새 삶을 살게 됐음을 암시하고 있다.
시몽 부에의 '무덤에 온 여인들' 1630년경, 다블론, 성녀 막달레나 성당 프랑스 왕 루이 13세의 궁정 수석화가였던 시몽 부에(1590~1649)는 초기 바로크 화가인 카라바조의 제자로 극명한 명암대비로 대담한 구도를 전개한 작가다. 특히 부에는 사물의 감각적 형태 묘사와 부드럽고 매끄러운 인물 표현, 밝고 화려한 색채 사용으로 이름난 화가였다. 부에의 '무덤에 온 여인들'은 루카 복음(루카 24,1-12)을 바탕으로 그린 예수 부활 성화이다. 루카 복음 내용처럼 부에의 그림에는 2명의 천사가 예수의 무덤 위에 앉아 있다. 두 천사는 예수의 시신에 씌웠던 천이 비어 있는 것을 보여주면서 얼이 빠져 있는 여인들에게 빛을 발하면서 말을 건다. 예수의 시신을 감쌌던 천은 성화 '베로니카의 수건'작품의 전통 표현법을 그대로 도입, 손가락 끝으로 들어 올려져 있다. 땅 위에 있는 작은 단지는 여인들이 예수의 시신에 향료를 바르려 무덤을 찾아왔음을 예시하고 있다. 세 여인은 마리아 막달레나와 요안나, 그리고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였다(루카 24,10). 예수의 시신을 모신 관 뚜껑은 빈 무덤 위에 가로 놓여 있지 않고 땅바닥에 나뒹굴어져 있다. 여인들은 예수의 시신이 사라진 것에 혼란스러워 하며 천사들의 등장에 놀라, 기도보다는 망연자실한 몸짓으로 땅에 쓰러지고 있다. 천사들은 여인들에게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며 그리스도의 부활을 알린다. 그러자 여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해 냈다.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혔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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