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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빈센트 반 고흐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by 파스칼바이런 2012. 12. 4.

 

빈센트 반 고흐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The Good Samaritan, 1890)

(Vincent van Gogh, 1853-1890)

캔버스에 오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지영현 신부 (가톨릭미술가협회 지도신부)

 

 

빈센트 반 고흐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대표적인 후기 인상주의 화가입니다. 고흐는 개신교 목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며, 16세 때 화랑에서 일하면서 종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동생 테오의 제안으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특별한 미술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만, 화가들의 작품들을 모사하면서 독학을 했습니다. 특별히 렘브란트와 들라크루아 같은 화가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고흐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그가 죽기 2개월 전에 그린 작품으로, 들라크루아가 그린 <착한 사마리아인>의 모작입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참된 이웃'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루카10,29-37 참조) 고흐는 강도를 당해 거의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을, 강한 어깨와 허리를 가진 사마리아인이 힘을 다해 말 위에 올리는 모습을 화면의 중심에 두고 그리고 있습니다. 고흐는 물감을 희석하지 않거나 혹은 물감을 두껍게 칠함으로써 붓 자국이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한다거나 색을 짧은 선 모양으로 나란히 칠하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그림을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도 이와 같은 기법을 사용해 강도당한 사람을 도와주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을 지금 바로 내 앞에 일어나는 사건처럼 그리고 있습니다.

 

들라크루아의 원 작품에서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붉은 망토를 걸치고 있는데, 고흐의 작품에서는 특유의 황금빛 노랑으로 대치되어 있습니다. 이는 종교적인 내용을 회화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단편적인 예입니다. 강도를 당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사람이 사마리아 사람의 단단한 어깨에 의지한 모습은 상호 신뢰를 드러냅니다. 저 멀리 사라져가는 사제의 모습은 뭉개듯 표현되었고, 책을 읽으며 다른 것에 관심이 없는 레위인도 보입니다. "누가 제 이웃입니까"라는 율법교사의 질문에 예수님은 "누가 강도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주었느냐"라고 질문하십니다. 율법교사가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라고 답하자 예수님께서는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바로 우리에게 해주시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2년 7-8월호]

 

 

빈센트 빌럼 반 고흐(네덜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