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 조수선, 2006년작 브론즈, 170×300×30,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원 성당, 한국 지영현 신부(가톨릭미술가협회 지도신부)
주님, 당신의 손을 벌리시어, 저희 원을 채워주소서
우리는 한국 가톨릭 교회의 문화유산이며 그리스도교 미술의 진면목을 가장 가까운 곳, 성당 안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가톨릭 미술가들에 보여주신 계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 성 미술품들은 우리 본당 내 곳곳에서 하느님의 위대한 사랑과 놀라운 업적을 표현합니다. 그래서 성당은 교회 미술을 만나는 고유하고 독립적이며 독특한 공간입니다. 우리는 매일 찾아가 기도하는 성당 안에서 가톨릭 미술가들이 만나고 체험한 하느님을 그들의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젊은 여성조각가 조수선은 우리에게 특별한 십자가를 보여줍니다. 독특하게도 이 십자가는 예수님께서 매달리신 십자나무를 생략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 당신이 구원의 십자가이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매달리신 손과 발에 못 자국을 선명히 드러냄으로써 예수님 등 뒤의 공간에 보이지 않는 십자가를 창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십자가는 제대 벽면에 붙이지 않고 제대 오른편에 세워두었습니다. 관객으로서 바라보는 십자가가 아니라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 참여하고 있음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우리가 바로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묻힌 사람들이며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할 것이라는 희망을 나타내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골고타 십자가 아래 슬퍼하는 어머니 마리아를 바라보며, 부모이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그들만의 고통이 바로 십자가 밑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전합니다. 부모, 그들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아들을 따르는 성모님의 삶에 동참하는 존재입니다. 작가는 이어 두 팔을 넓게 펼치신 그리스도를 표현함으로써 수난과 죽음 너머 부활을 희망합니다. 이 십자가를 바라보며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지고 가는 십자가의 의미를 묵상해 봅니다. '주님, 당신 손을 펼치시어 제 원을 채워주소서.'(시편145)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2년 9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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