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가지 큰 죄 - 히에로니무스 보스
1475-80년, 나무에 유채, 120x150cm,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말씀이 있는 그림] 하느님의 눈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1450~1516년, 네덜란드 화가)는 상상력이 풍부한 화가로, 그의 작품은 인간의 선과 악, 기괴한 상상의 짐승, 비현실적인 풍경 등의 묘사로 가득 차 있다. 작품 <일곱 가지 큰 죄> 역시 환상적 이미지로 인간의 죄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일곱 가지 큰 죄’(칠죄종, 七罪宗)는 그 자체가 죄이며, 인간이 자기 뜻에 따라 범하는 모든 죄의 근원이 되는 죄로서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일컫는다.
보스는 죄의 근원을 당시의 일상생활을 배경으로 자세히 묘사하여 생생하게 전한다. 가운데 커다란 원은 홍채 모양의 금띠로 둘러싸인 눈동자이다. 바로 하느님의 눈이다. 그 안에 무덤에서 부활한 예수님께서 창에 찔리셨던 옆구리를 보이고 계신다. 예수님 아래는 라틴어로 ‘주의하라, 주의하라, 하느님께서 보고 계신다’고 적혀 있다. 세상의 어떤 죄도 하느님의 눈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눈동자 주위는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곱 가지 죄를 칸을 나누어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예수님의 바로 아래는 ‘분노’다. 두 이웃이 술을 마시던 중 화를 삭이지 못하고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두 사람은 복수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서로 죽이려 칼을 휘두르며 난투를 벌인다. 그 오른쪽은 남을 업신여기는 ‘교만’이다. 상류층 가정의 고급스러운 실내로 허영에 찬 부인이 마귀가 내민 거울에 자신을 비추고 감탄하고 있다. 중세에 마녀가 변신한 악마로 여겨진 고양이가 방 밖에서 그녀를 지켜본다. 그 위로는 ‘음욕’이다. 두 쌍의 남녀가 쾌락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바닥에 뒹구는 악기들은 무질서한 쾌락을 말하며, 광대들은 유희를 부추긴다. 다음은 ‘나태’이다. 교회에 가려고 옷을 잘 차려입고 묵주와 성경을 든 여자가 깊이 잠든 남자에게 교회에 가자고 깨우는 모습이다. 남자의 옆에는 따듯한 벽난로 앞에서 자는 개가 있다.
이는 게으름을 뜻한다. 그리고 ‘탐욕’으로, 뚱뚱한 남자는 곁에 어린아이도 무시한 채 커다란 칠면조 요리를 먹으며 자신의 배만 채우고 있다. 여인은 요리를 또 들여오고, 군불에는 소시지가 준비되어 있다. 계속해서 ‘인색’ 장면이다. 부자가 재판관을 매수하여 가난한 사람의 돈을 갈취하고 있다. 뒤의 배심원들은 이를 묵인한다. 마지막은 ‘질투’ 장면으로, 각각의 사람들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두 마리의 개가 뼈다귀를 보고 짖는다. 네덜란드 속담 ‘한 개의 뼈다귀는 두 마리 개가 나눌 수 없다’는 것과 같이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질투하여 탐하는 인간의 죄를 의미한다.
사각형 모퉁이의 네 개 원형에는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가에 따라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며, 최후의 심판을 통해 천국과 지옥으로 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큰 원 위의 띠에는 “정녕 그들은 소견이 없는 백성이며 슬기가 없는 자들이다. 그들이 지혜롭다면 이것을 이해하고 자기들의 끝이 어떠할지 깨달을 터인데”(신명 32,28-29)와 아래 띠에는 “나는 그들에게서 나의 얼굴을 감추고 그들의 끝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리라”(신명 32,20)는 말씀이 적혀 있다. 주님 눈앞에서 저희의 악한 행실들을 치워 버리고 “악행을 멈추고 선행을 배우고”(이사 1,16-17), 사도 바오로 말씀처럼 죄를 극복할 수 있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의 성령의 열매를 맺도록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살게 하소서.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