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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그리스도의 변모 - 노브고로트 유파

by 파스칼바이런 2014. 3. 20.

 

 

그리스도의 변모 - 노브고로트 유파

15세기, 90x58cm, 역사와 건축 박물관, 노브고로트

 

 

[말씀이 있는 그림] 영원의 아름다운 빛

 

그림 장면은 타볼산 정상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부활하실 때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잠시 보여주시는 내용이다. 그림은 천상과 지상의 두 층으로 나뉘어 있다. 하단에는 거친 바위 형상의 세 개의 산봉우리가 있고, 상단에는 황금빛 천상공간을 배경으로 영광스러운 예수님의 변모 광경이 펼쳐진다. 작품을 제작한 노브고르트 유파는 12~16세기까지 러시아의 노브고로트 시를 중심으로 성화나 벽화를 주로 그렸으며, 강하고 율동적인 선의 사용과 색채의 조화에 초점을 두었다. 거룩한 변모를 다룬 성화는 찬란한 빛으로 둘러싸인 그리스도와 그의 제자 베드로, 야고보, 요한이 보는 가운데 그 앞에 나타난 엘리야와 모세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묘사되곤 한다.

 

이 작품에서 역시 그리스도께서는 흰색 의상을 입고 서 계신다. 기쁨과 환희, 새로운 탄생을 상징하는 ‘빛처럼 하얀’ 옷을 입은 그리스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있다. 지상과 구별하여 예수님께서는 천상의 분이심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예수님의 등 뒤로는 세 개의 커다란 원이 그려져 있다. 그 원의 중심에 예수님께서 자리하시어, 퍼져가는 빛(후광)을 통해 예수님의 영광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원은 순환하는 시간을 의미하여 천공의 끝에서 빛나는 예수님은 영광의 원 안에서 영원의 표식이 된다.

 

한편, 커다란 원은 성령과 같은 ‘빛의 원’이기도 하다. 변모에서 빛은 성령처럼,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신비와 계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요소로도 해석된다. 영광스러운 원형의 빛 옆에는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을 향해 서 있다. 계약의 선구자와 증인인 모세와 엘리야의 출현은 예수님께서 하늘나라의 복음을 완성하러 오신 분이며, 고난과 죽음을 이기고 부활의 영광을 얻게 될 것을 가리킨다. 산 아래에는 이 광경에 혼이 빠진 세 명의 제자가 있다. 한 명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머지 두 명은 눈부신 그리스도의 현현에 어깨를 돌리며 극적으로 땅 위로 쓰러지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이다.

 

예수님의 변모는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을 통해 부활의 영광을 누리실 것을 제자들에게 미리 보여주신 것이다. 그러나 제자들은 거룩한 영적체험을 하고 있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혀있다. 예수님이 서 계시는 곳은 산꼭대기(삼각형)이다. ‘높은 산’은 하느님의 계시가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산과 이어지는 예수님의 모습은 사도 바오로가 상징적으로 “그 바위는 곧 그리스도였습니다”(코린 10, 4) 라고 언급한 것처럼, 산은 인간과 전능하신 아버지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이자, 하느님과 인간이 만나는 절대적인 장소이다. 하지만 이 산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실 골고타 언덕도 연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수난을 거쳐 거룩한 변모의 모습처럼, 부활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이어준다.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는 따뜻하고 생동감이 가득한 색채로 정오의 밝은 햇빛으로 채워져 있다. 석양이 지지 않는 위대한 날! 우리는 예수님의 빛과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영원의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있는 듯하다.

 

주님, “보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묵시 21,5)는 말씀처럼 세상의 고통과 수난, 두려움 그 너머의 빛을 저희들이 보게 하소서.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