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과 가나안 여자 - 루도비코 카라치
1595-96, 캔버스에 유채, 170x225cm, 브레라 미술관, 밀라노
[말씀이 있는 그림] 가나안 여자의 믿음
볼로냐에 유명한 카라치 가문이 배출한 루도비코 카라치(Ludovico Carracci, 1555~1619)는 그의 사촌들인 아고스티노 카라치와 안니발레 카라치 등과 함께 볼로냐 화파를 시작하여 바로크 미술 확립에 크게 공헌하였다. 이들의 활동은 오도아르도 파르네세 추기경의 관심으로 로마에 초대되어 작업함으로써 이제까지 단순한 지방 운동에 불과했던 볼로냐 화파가 이탈리아 바로크 회화에서 영향력 있는 세력이 되었다. 이들은 트렌트 공의회 이후 프로테스탄트에 의한 종교 개혁에 대항하기 위해 가톨릭교회의 쇄신과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새로 정립된 교리와 이념을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가톨릭교회는 프로테스탄트의 세력 확산을 막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의 하나로 미술을 선택하였고, 작품을 통해 복음 선포와 신자들의 신앙을 격려하는 방법을 권고했다. 교회미술은 단순하고 솔직한 표현들로 일반 신자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호소력을 지녀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루도비코 카라치와 같은 가톨릭 개혁 화가들은 신자들의 신앙심을 고취하는데 보다 사실적인 미술 작품을 통해 신자들이 아무런 벽이 없이 마음을 움직이고 신앙심을 고취할 수 있도록 장려하였다.
루도비코 카라치의 작품 <예수님과 가나안 여자>은 이방인인 한 여자가 예수님을 찾아와 자기의 어린 딸을 괴롭히는 귀신을 쫓아 달라고 애원하는 내용이다.
그림의 배경은 이방인의 땅 티로와 시돈지방으로 멀리 자연 풍경과 함께 마을이 보인다. 화면 앞에는 가나안 부인이 젊은 여자처럼 표현되어 있다. 그녀는 예수님을 향하여 무릎을 꿇고 있다. 예수님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가슴에 포개어 얹은 모습은 호되게 마귀에 들린 자신의 딸을 살리고자 하는 그녀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리고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라는 간절한 심정을 잘 드러낸 동작이다. 또한 그 모습은 예수님만이 자신의 소망을 채워줄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대변한다. 그녀 앞에 예수님은 걸음을 내딛는 중에 갑자기 몸을 돌려 여자에게 말을 하려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루도비코 카라치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으로 형상화한 예수님의 단순한 동작으로 성경의 내용을 직접 묘사하고 있다. 예수님의 발은 앞을 걸어가고 있지만, 그의 눈과 오른손은 여자를 향하고 있다. 예수님은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라며 가나안 부인의 믿음을 인정하시고 그녀에게 기적을 베푸시는 행동을 취하신다. 예수님의 주위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제자들 모두는 놀란 표정이다. 또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화면 왼쪽 아래에 한 마리의 강아지이다. 가나안 여자의 발끝에 있는 강아지는 머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무엇인가를 주워먹고 있다. 사실 성경에서 강아지(개)는 더러움이나 탐욕(게걸스러운 개들 그들은 만족할 줄 모른다. 이사 56,11), 미련함(자기가 게운 데로 되돌아가는 개처럼 우둔한 자는 제 어리석음을 되풀이한다. 잠언 26,11), 하찮음과 불경스러움(성안에서 죽은 자는 개들이 먹어 치우고. 1열왕 14,11), 이방인, 구원받지 못한 이, 사탄, 위선, 거짓 교사의 비유로 사용되었다. 이 작품에서 강아지는 가나안 여인, 즉 이방인을 비유하고 있다. 화가는 강아지의 묘사로 이방인인 가나안 여자와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라는 말씀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세상에 당신의 길이, 만민에게 당신의 구원이 알려지게 하소서.”(시편 67,3)
[2014년 8월 17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