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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물 위를 걷는 베드로 - 알레산드로 알로리

by 파스칼바이런 2014. 8. 21.

 

물 위를 걷는 베드로 - 알레산드로 알로리

1590년경, 유화, 47x 40cm, 우피치 미술관, 피렌체

 

 

[말씀이 있는 그림] 물위에서 예수님과 베드로의 만남

 

알레산드로 알로리(Alessandro Allori, 1535∼1607)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활동한 르네상스 화가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생동감 있는 상상력과 장식적 이미지가 나타난다.

 

부활한 예수님은 승천하기 전까지 여러 번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복음서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 작품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배를 타고 건너편 벳사이다로 먼저 가게하고, 산에서 기도하신 후, 호숫가에 나타난 이야기를 다룬 장면이다.

 

멀리 작은 배에는 거센 바람이 불어 돛이 올려 있고, 사나운 풍랑에 배는 사선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다. 세찬 파도가 넘실대며 고기잡이 배를 위협하고 있다. 겁을 먹은 제자들은 역풍을 맞으면서 정신없이 노를 젓고 있다. 새벽에 그들은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어오는 것을 본다. 화면 왼쪽 뒤에는 산과 마을이 보인다. 예수님은 하느님과 만남의 장소인 이곳 산에서 기도하시고 내려오신 것이다. 그림 맨 앞에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손을 내밀고 계신다. 베드로는 물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을 보고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배에서 내려 호수로 뛰어들어 예수님께 가고자 물 위를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고 그만 두려움에 물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베드로가 물 위를 걷다가 예수님을 바라보지 않고 바람의 힘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 예수님의 힘의 크기를 잊어버린 것이다. 그의 믿음은 사라지고 그는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러한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손을 잡아 호수에서 건져주고 계신다. 그림에서처럼 예수님은 늑장부리지 않고 “곧 손을 내밀어” 베드로를 끌어 주신다. 예수님은 베드로의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마태 14,30)라는 진지한 기도를 모른 체하지 않으시고 가까이서 도우신 것이다. 사실, 마태오 복음에서만 예수님께서 물에 빠진 베드로를 구출하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그림에서 대부분 바다가 검푸른 색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것은 세상에 자리한 악의 세력을 의미한다. 바다는 세상을 상징한다. 깊고 드넓고 예측 불가능한 바다는 사람에게는 지극히 두려운 존재이다. 오직 예수님만이 바다를 제어할 수 있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고 죄를 이긴 예수 그리스도의 표정은 온화하고 베드로의 손을 잡은 동작은 부드러운 선율이 흐르는 듯하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대표 베드로를 통해 믿음이 약해 위험에 처한 그리스도인 공동체와 제자들에게 새벽 호수 위에서 어떠한 시련에도 예수님을 믿고 자신을 내맡기도록 용기를 주고 계신다. 멀리 제자들이 탄 배는 교회를 말한다. 초대교회 때부터 거친 바다와 싸우는 배는 교회의 상징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상징이었다. 거친 파도 위에 떠 있는 배 안의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새벽에 호수로 가신다. 멀리 배경에는 짙은 푸른색의 하늘이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날이 밝아올 무렵으로 그려져 있다. 사물이 완전히 뚜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동이 틀 것이란 믿음이 하늘에 녹아 있다. 제자들 역시 새벽은 하느님께서 도와주는 시간임을 믿고 있듯이 정신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열심히 노를 지고 있는 모습이다. “보라, 저녁때에 닥쳐온 두려움을. 아침이 되기 전에 그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이사 17,14)

 

[2014년 8월 10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