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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빵과 물고기의 기적 - 틴토레토

by 파스칼바이런 2014. 8. 14.
빵과 물고기의 기적 - 틴토레토

 

 

빵과 물고기의 기적 - 틴토레토

1570년경, 캔버스에 유채, 118x140cm, 스탠리 모스 컬렉션, 뉴욕

 

 

[말씀이 있는 그림]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베네치아 화가 자코 로부스티(Jacopo Robusti, 1518-1594), 일명 틴토레토(Tintoretto)는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마무리 지어주는 화가로, 이탈리아 바로크 문화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일조하였다. 틴토레토는 미켈란젤로의 드로잉과 티치아노의 색채를 결합하여 베네치아만의 매너리즘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그의 회화에서는 극적인 빛의 사용과 인물의 과장된 동작과 역동적인 구성으로 미켈란젤로나 티치아노와 구분되었다. 급하고 짧은 필치로 그림의 마무리가 부족하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거친 붓 터치로 칭송받았다.

 

‘빵과 물고기의 기적’ 장면에서도 거친 붓 터치와 인물들의 과장된 형태와 몸짓을 찾아볼 수 있다. 틴토레토는 형태에 대한 연구보다 의미의 전달에 우선을 둔 것이다. 화가는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사선으로 연결하고 있으며, 빛과 어둠을 강렬하게 대비시켜 극적인 효과로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 관한 내용이 미술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5세기경이다. 처음에는 예수님이 빵과 물고기에 목자의 지팡이를 대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후 점차 자연스러운 풍경을 배경으로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장면이나 빵을 나누어 주는 표현 등이 등장했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수 곧 티베리아스 호수 건너편으로 가셨는데, 많은 군중이 예수님을 따라갔다. 예수님께서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허기를 채워주기 위해 빵과 물고기로 기적을 베풀어 주셨다. 커다란 그림 속에는 성경의 기록대로 음식을 “먹은 사람은 여자들과 아이들 외에 남자만도 오천 명가량”으로 무수히 많은 사람이 묘사되어 있다. 이들 가운데 화면 왼쪽 앞부분에는 예수님께서 두 제자 필립보와 안드레아가 들고 있는 빵과 물고기를 축복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예수님의 시선은 화면 왼쪽 끝에 묘사된 음식을 가져온 아이를 향하고, 그의 오른손에는 빵을 떼어 그 아이에게 주고 계신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을 먹일 음식을 마련하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수님은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내놓은 것을 모두가 배부르게 먹고 남을 정도의 음식으로 바꾸셨다. 예수님은 아이에게 하느님께 사랑으로 봉헌한 영적 음식을 되돌려주는 것이다. 오른쪽 앞에는 두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그중 한 여인은 갓난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어머니는 배고픈 자신의 아기에게 갈증과 허기를 채워주고 있다. 예수님께서도 가엾은 마음이 들어 고단한 일상과 허기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고 계신다. 예수님께서는 모두를 굶주림과 배고픔에 허덕이지 않게 하시려는 것이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것들(하늘의 새들, 피조물)을 먹여 주신다.” (마태 6, 26) 화면 중앙에는 이미 사람들에게 빵을 나누어주는 모습이 보인다. 계속해서 그 너머 언덕과 배경에는 오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예수님은 이 사람들을 배불리 먹일 것이다. 물적 · 영적 허기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을 가엾이 여긴 예수님의 마음이시다.

 

[2014년 8월 3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