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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숨겨진 밭의 보물 비유 - 렘브란트

by 파스칼바이런 2014. 8. 7.

 

숨겨진 밭의 보물 비유 - 렘브란트

1630년, 패널에 유채, 70.5x90cm, 부다페스트 미술관

 

 

[말씀이 있는 그림] 숨겨진 보물의 발견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는 네덜란드 출신 화가로 인간의 내면적 심리를 자신의 회화의 생명으로 삼았다. 그리고 인간이 겪게 되는 갈등과 번뇌, 사색과 신앙심 등을 주로 표현했다. 신앙적인 면에서 렘브란트는 성경 말씀을 그림의 소재로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묵상을 통해 말씀의 깊이를 헤아려 자기 자신을 온전히 성경 속으로 삽입시켰다. 종교적(또는 신화적) 소재나 자화상을 많이 그렸으며, 유화와 에칭으로 유럽 회화에서 최고 화가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림은 성경의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말씀에서 그 밭과 보물에 대한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다. 지폐가 없었던 고대 사람들은 - 지금도 통용되지만 - 금이나 은, 보석 같은 것을 간직했다. 전쟁이나 위험으로부터 보물을 지키기 위해 땅에 묻기도 했다. 주인을 잃은 보물은 기약 없이 땅에 묻히게 된다.

 

그림의 오른쪽 뒤로는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 듯 담쟁이넝쿨이 무성한 성벽 입구가 보이고 왼쪽 뒤로는 넓은 평야가 멀리 펼쳐져 있다. 화면 중앙에 한 남자는 땅속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다. 화면 오른쪽에는 바닥부터 뒤쪽 깊숙이 파인 땅속에 금, 은그릇을 비롯해 다양한 귀한 물건들이 묘사되어 있다. 렘브란트는 광선을 중요시한 화가답게 빛과 어둠의 표현을 통해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 남자가 밭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것은 우연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는 땅을 갈고 엎는 고된 노동으로 밭의 땅 밑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오른손은 삽을 들고 있고 왼손은 거친 빈 광주리를 쥐고 있다. 남자의 오른쪽 위에는 물병과 음식을 넣는 광주리가 놓여 있다. 화가는 남자가 밭을 가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묘사함으로써 그의 노동의 시간을 표현하고 있다. 그의 수고와 땀(밭의 가치를 풍요롭게 하고자 하는 사람)이 하늘의 축복으로 밭의 보물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 그림에 표현된 남자의 얼굴은 화가 자신의 모습이다. 렘브란트는 신앙적인 면에서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자기 자신을 성경 속으로 삽입시켜 자신을 성경 그림의 주인공으로 묘사하곤 했다. 예를 들어 렘브란트는 그리스도를 조롱한 군인이 되기도 하였고, 작품 <십자가에 달리심>에서는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내리는 일을 도우며 회개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잘 알려진 그림 <돌아온 탕자>에서는 아버지를 떠나 가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아들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이 작품에서 역시 렘브란트 자신의 모습을 보물을 발견한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보물을 발견한 기쁨보다는 긴장되어 주변을 살핀다. 두리번거리는 그의 모습은 이 밭의 보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순간 걱정하고 있는 듯하다. 그림 속에서 빛과 어둠으로 나누어진 형상처럼 그의 심리상태도 갈림길에 서 있다. 또 한편으로, 그가 바라보는 방향을 보면 보물을 발견한 기쁨으로 “기뻐하며 돌아가서” 훨씬 더 큰 가치가 있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살 것이다.(마태 13,44 참조)

 

[2014년 7월 27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