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지를 뿌리는 사람 - 도메니코 페티
1618-22, 패널에 유채, 60.5x44cm, 프라하 국립미술관
[말씀이 있는 그림] 가라지를 뿌리는 사람
도메니코 페티(Domenico Fetti, 1589- 1623)는 이탈리아의 바로크 화가로서 로마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만토바와 베네치아에서 활동하였다. 그는 당시 로마에서 활동하던 카라바조와 아담 엘스하이머의 명암법과 섬세한 빛의 효과를 공부했다. 만토바에서는 페르디난도 곤차가 가문의 궁정화가로 일했고, 베네치아로 이주한 후에는 자유로운 화면구성과 빛, 독특하고 화려한 색상을 중심으로 하는 베네치아 화가들의 회화 전통을 따랐다. 페티는 초상화가로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지만, 특히 종교적 주제가 녹아 있는 소형 풍속화를 주로 그렸다. 그는 종교적인 이야기를 작은 그림 속에 그의 탁월한 색채 감각과 분위기로 섬세하면서도 정제된 묘사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페티는 제단화나 프레스코화 등 대형작품에서 역동적이고 극적인 표현도 전개하였다.
이 작품은 페티가 만토바의 궁정화가로 일할 때 그린 작품으로, ‘가라지의 비유’를 주제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세상 안에서 하느님 나라의 씨앗이 풍성한 열매를 맺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화면 가장 앞쪽에는 씨를 뿌리던 세 명의 사람이 열심히 일한 후, 피곤함에 지쳐서 잠을 자는 모습이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으면,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라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마르 4,26-27)
반면에, 그들 뒤에 한 사람이 밭에 씨앗을 뿌리고 있다. 화가는 이 인물을 악마로 묘사하고 있다. 하느님 나라를 위협하는 악마의 세력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성경에서처럼 “사람들이 자는 동안” 그들의 “원수”가 와서 좋은 씨앗(밀)을 뿌린 가운데에 나쁜 씨앗(가라지)을 덧뿌리는 장면이다. 외관은 농부로 위장한 인간의 모습이지만 그는 악마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머리에는 두 개의 작은 뿔이 달려 있고 발은 짐승의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다. 잡초는 들판에서 자라지만 가라지는 누군가가 뿌리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 법이다. 좋은 씨앗이 뿌려진 위에 나쁜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밭(세상)에는 좋은 씨앗(하늘나라의 자녀들)과 나쁜 씨앗(악한 자의 자녀들)이 함께 자랄 것이다. 세상에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사람과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다.
인물들의 뒤로는 나무들과 구름이 바람을 타고 날리고 있다. 화면 앞에 두 그루의 큰 나무는 바람에 흔들려 대각선으로 기울어져 있다. 나무들의 묘사는 많은 난관과 불길한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농부로 가장한 악마는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맞서고 있으나 균형을 바로 세우지 못한 채 씨를 뿌리고 있다. 씨앗 역시 어디로 떨어지는지 불분명하다. 불균형적인 자세로 파종한다는 것은 그 열매의 수확도 불확실하다는 의미이다.
“형제 여러분, 땅의 귀한 소출을 기다리는 농부를 보십시오. 그는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맞아 곡식이 익을 때까지 참고 기다립니다.”(야고 5,7)
[2014년 7월 20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