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에게 자신의 망토를 주는 프란치스코 - 조토
1297-99, 프레스코, 270x230cm,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아시시
[말씀이 있는 그림] 이웃을 사랑하는 삶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San Francesco d'Assisi, 1182-1226)는 젊은 시절에 회개의 삶을 시작한 후, ‘완전한 삶’이란 성경에서 말하는 그리스도의 ‘복음적 삶’을 그대로 살아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는 철저히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고자, ‘그리스도를 따름’의 여정 안에서 충실히 그리스도의 복음적 삶을 살아갔다. 이러한 성인의 일생을 이탈리아 후기 고딕 회화의 거장인 조토(Giotto)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상부 성당에 자연주의적이고 서술적 묘사로 그렸다. 조토는 보나벤투라(St. Bonaventure, 1217-74)의 ‘성 프란치스코의 대전기’를 바탕으로 28점의 프레스코화를 제작했다.
작품 ‘가난한 자에게 자신의 망토를 주는 프란치스코’는 그 가운데 하나로, 프란치스코가 가난하고 초라한 귀족 기사를 만났을 때 그의 가난에 감명받아 자신의 옷을 즉시 벗어 그에게 입혀주는 장면이다. 그림 앞에는 머리에 후광을 두른 성 프란치스코가 따뜻함이 느껴지는 주황색 망토를 벗어 손에 들고 기사에게 전해주고 있다. 오른쪽 기사는 허리를 굽혀 성인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아시시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프란치스코는 호의호식하면서 지냈으나, 전쟁과 심한 병을 앓고 난 후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그는 돈과 출세, 탐욕과 쾌락, 허망한 공명심 등 세상의 것을 버리고 그리스도를 따랐다. 프란치스코는 자발적으로 기사에게 자신의 망토 전부를 내주고 있다. 프란치스코에게 옷을 ‘벗는다’는 것은 부유한 생활을 벗어버린다는 의미와 같다. 전부를 벗어버리며 그리스도께 가까이 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립 2,6-7).
프란치스코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가난한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였다. 그는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말씀을 바탕으로 세상의 모든 사람을 이웃으로 생각하고 그리스도의 삶을 따르고 있다.
보나벤투라 전기에서는 프란치스코와 기사의 만남이 이루어진 장소에 관한 언급은 없다. 그러나 조토는 아시시의 성벽과 전원이 보이는 시골 지방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림의 구도는 성인의 후광을 중심으로 두 개의 대각선을 이루고 있다. 바위산으로 양쪽 꼭대기에는 상반되는 건축물이 보인다. 왼쪽은 성인이 태어나고 자란 도시 아시시(세속적 생활), 오른쪽은 수도원(그리스도적 생활)이 자리하고 있다. 왼쪽 대각선은 성곽이 보이는 도시에서 산을 타고 프란치스코의 왼쪽 어깨선을 따라 기사로 이어진다. 엄밀히 보면, 성인의 위치는 중심보다 약간 오른쪽에 있다. 이는 프란치스코가 세속적 삶(오른쪽 언덕)에서 종교적 삶(왼쪽 언덕)으로 이동되었음을 나타낸다. 이것은 단순한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성인의 삶의 방식의 변화를 뜻한다.
“우리는 이 망토를 그 주인인 가난한 사람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이 망토는 우리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만날 때까지만 우리가 빌린 것입니다.”(토마스 데 첼리노, 1247, 성 프란치스코의 제2생활기 중)
[2014년 10월 26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