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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존엄한 그리스도 - 400년경, 모자이크

by 파스칼바이런 2014. 11. 3.

 

 

 

존엄한 그리스도 - 400년경, 모자이크

산타 푸덴지아나 성당 앱스, 로마

 

 

[말씀이 있는 그림]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으신 분

 

초기 로마교회의 건축유형은 바실리카(Basilica)가 주를 이루었다. 바실리카는 긴 신랑(身廊)을 가진 장방형의 평면구조로 원래 로마시대에 관공서, 시장 그리고 왕의 전실로 사용했던 건물형식이다.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은 그리스 신전건축의 이교도적인 형태를 철저히 배제하고, 교회(Ecclesia)의 공간건축을 기존의 바실리카에서 찾았던 것이다. 이렇게 그리스도는 교회의 주인으로, 왕으로, 더 나아가 왕 중의 왕(Pantokrator)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제 그리스도는 신자들에게 황제로 모셔졌다. 성당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앱스에도 그리스도의 형상이 모자이크나 벽화로 그려졌고, 의상이나 자세도 로마의 황제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모자이크는 기원전부터 로마제국에서 보편적으로 확산된 장르로, 사치스러운 내부 장식 예술에 속했다. 이후 모자이크는 성당 내부를 장식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로마 산타 푸덴지아나(Santa Prudenziana) 성당 앱스의 반구천장은 천상의 예루살렘에서 제자들과 함께 있는 <존엄한 그리스도>의 모습을 모자이크로 장식하고 있다. 가운데 머리에 후광을 둘러 성스러움을 상징한 예수 그리스도는 제자들보다 높은 자리에 보석이 박힌 옥좌에 황제의 의전적인 모습을 띠고 앉아 있다. 양옆에 제자들은 로마의 원로원 복장을 하고 있다. 스승 예수님의 뒤를 따르려는 제자들은 예수님을 신뢰하는 모습부터 무엇인가 흔들리는 모습까지 다양하다. 제자들은 부활한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더러는 의심하였다.” 그들은 예수님을 눈앞에 두고 믿음이 약하거나 우유부단한 상태였던 것이다. 이러한 제자들의 모습에 예수님은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으신 분의 자격으로 권좌에 앉으신 모습으로 제자들의 의심을 없애고 있다. 또한 화관을 손에 들고 있는 두 명의 여자는 자매로, 로마 원로원이었던 푸덴테(Pudente)의 딸 성녀 푸데지아나와 푸라세데이다. 두 여자는 이교인과 유다인을 상징하기도 한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으라는 사명을 부여하신다. 이런 의미로 두 여자, 유다인과 이방인의 모습은 모든 민족을 위한 보편적 구원을 위한 복음 선포를 의미한다.

 

그리스도 뒤에는 그리스도교의 승리를 상징하는 보석 십자가가 있고, 예루살렘의 도시경관을 배경으로 인간, 사자, 황소, 독수리로 표현되는 상징적인 형상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주위에서 보좌하고 있다. “첫째 생물은 사자 같고 둘째 생물은 황소 같았으며, 셋째 생물은 얼굴이 사람 같고 넷째 생물은 날아가는 독수리 같았다.”(묵시 4,7) 이스라엘의 12부족은 인간, 사자, 황소, 독수리 등 네 가지 상징으로 분류되는데, 그리스도교에서는 네 명의 복음사가인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을 상징한다. 각각의 상징은 마태오 복음이 예수님이 사람의 아들임을 의미하여 인간 얼굴로, 마르코 복음이 광야의 왕이라 할 사자로, 루카 복음이 번제물의 상징인 황소로 나타난다. 요한 복음의 상징은 독수리로 하늘 높이 날 듯이 우리를 천상의 하느님까지 데리고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옥좌에 앉아계신 예수님께 생물들이 영광과 영예와 권능을 드리고, 제자들이 엎드려 경배할 것이다. 그리고 제자들은 자신을 파견하신 예수님의 권한으로 모든 민족에게 하느님의 뜻을 전할 것이다.

 

“우리는 이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힘이 아님을 보여 주시려는 것입니다.”(2코린 4,7)

 

[2014년 10월 19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