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으로 옮겨지는 예수 - 카라바조
1602-4년, 캔버스에 유채, 300×203cm, 바티칸 회화관, 로마
[말씀이 있는 그림]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의 명작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십자가에서 내려져 <무덤으로 옮겨지는 예수>는 빛과 어둠의 강한 대조와 바로크 미술에서 보이는 인물들의 리드미컬한 운동감으로 예수님의 수난을 더욱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연출하고 있다. 카라바조의 작품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강한 결집력과 우수한 구성이 그림의 오른쪽 위의 팔을 벌리고 있는 여인에서 시작하여 예수님의 시신까지 대각선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요한 19,25) 성경에서처럼 오른쪽 맨 뒤에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가 십자가를 연상시키듯 비참한 고통의 몸짓으로 두 손을 하늘로 치켜들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눈빛은 오란테(Orante, 어깨 위로 손을 들고 서 있는 기도하는 자의 모습을 묘사한 것)의 동작으로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 그녀 앞에는 마리아 막달레나가 고개를 숙인 채 하염없이 울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 푸른 베일을 쓴 성모 마리아는 두 팔을 양옆으로 펼쳐 예수님의 고통을 끌어안음과 동시에 온 세상을 포옹하려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앞쪽에는 사도 요한과 아리마태아 출신의 요셉이 예수님의 시신을 힘겹게 돌무덤으로 옮기고 있다. 축 늘어져 무거워 보이는 예수님의 시신을 받치고 있는 요한은 창에 찔린 예수님의 옆구리 상처를 손가락으로 벌리고 있다. 카라바조는 벌어져 있는 상처를 잔인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집요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카라바조의 사실적 묘사는 나이 든 여인으로 슬픔에 잠긴 성모 마리아의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의 움푹 패인 그림자 진 눈가의 주름살과 거친 다리, 그리고 시신이 무거워 애써 들고 있는 듯 발에 굵게 솟아오른 힘줄은 매우 사실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이다. 예수님의 축 늘어진 오른팔의 손가락은 예수님 자체를 교회의 “초석”임을 암시하는 석판에 닿아있고, 그 아래에는 싱싱한 초록 식물이, 석판 반대 모서리에는 시든 식물이 놓여있다. 식물은 거친 환경에서도 새 생명이 탄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부활’이라는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이다.
‘예수님의 장례’는 ‘성체성사’의 메시지로 전달할 수 있다. 미사 도중 사제는 밀떡을 들어 올리며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라고 말하면서 성체를 들어 올린 후 몸을 앞으로 굽힌다. 이 그림에서도 예수님의 시신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흰색 제대포가 덮인 제단과 같은 석판 위에 ‘예수의 몸’을 ‘성체’로 보고 몸을 굽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바로 다음에 이어질 ‘성체거양’은 양팔과 시선이 하늘을 향하고 있는 맨 뒤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의 동작에서 암시되고 있다. 특히 카라바조는 예수님의 시신을 등장인물 중 가장 밝은 빛으로 묘사하여 ‘성체성사’의 의미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1코린 11,26)
[2015년 3월 29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