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과부의 헌금 - 프랑수아 조제프 나베
1840년, 캔버스에 유채, 167.5x233.5cm, 개인소장
[말씀이 있는 그림] 가난한 과부의 헌금
예수님과 제자들은 성전에서 여러 가지 봉헌을 위해 마련된 헌금함이 보이는 곳에 모여 있다. 그 가운데에는 성경 구절이 적힌 종이를 머리에 붙이고 있는 것으로 미뤄 율법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율법학자도 보인다. 예수님께서는 짓궂게도 헌금함 맞은편에 앉으셔서 사람들이 어떻게 헌금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계셨다. 오른쪽에 붉은 망토를 걸치고 의자에 앉아 계신 예수님께서는 오른손으로 헌금하는 여자를 가리키며 제자들에게 무엇인가 말씀을 하고 계신다.
그 여자는 한 아이를 앞에 세우고 다른 한 아이는 한쪽 팔로 안은 채 정성스럽게 헌금함에 동전을 집어넣고 있다. 어린 두 아이와 함께 가난하게 살아가는 과부의 봉헌 모습이다. 여자는 주둥이가 좁은 쇠로 만들어진 헌금함에 겸손하게 헌금하고 있다. 구멍으로 떨어뜨린 돈은 헌금함 속으로 굴러떨어진다. 당시 사용되었던 돈은 지폐가 아니라 동전이었기에 돈이 헌금함 속으로 굴러떨어지면서 내는 소리로 봉헌금의 액수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땡그랑 땡그랑’ 과부의 렙톤 두 닢이 통 속으로 떨어지면서 소리를 낼 것이다. 렙톤은 이스라엘 화폐 중 가장 작은 화폐이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헌금함 맞은편에 앉아 있을 때 많은 부자가 와서 큰돈을 헌금함 속으로 떨어뜨렸을 것이다. 그들 바로 뒤에서 이 과부는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헌금함에 동전을 넣고 있다. 과부의 왼쪽에는 이미 헌금한 잘 차려입은 여자들 중 한 사람이 헌금하고 남은 돈인지 헌금대 바로 앞에서 구걸하고 있는 여자가 내민 손에 돈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 여자 뒤의 남자는 과부의 헌금을 곁눈질하며 손에 들고 있는 동전을 어찌할 바 모르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이 과부가 헌금함에 동전을 떨어뜨리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웃을지도 모르는 제자들에게 가난한 한 과부의 렙톤 두 닢의 가치에 관해 말씀하고 계신다. 예수님께서는 궁핍한 생활 가운데서 ‘가진 것을 모두 넣는’ 과부를 가리키고 계신다. 즉, 가난한 과부는 자신이 먹고살아야 할 생활비 전부를 내놓고 있다. 화가 나베(Francois-Joseph Navez, 1787-1869)는 과부를 갓난아이와 앞을 보지 못하는 어린아이와 함께 표현하여 가난한 여인의 모습으로 극대화하기까지 했다.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적은 돈이겠지만 이 여자에게 이 돈이면 두 아이와 하루를 버틸 수도 있는 분량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자는 하느님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놓고 있다. 비록 여자는 어린아이들과 힘겹게 살아가고 있으나 하느님의 은총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분께서는 부유하시면서도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여러분이 그 가난으로 부유하게 되도록 하셨습니다.”(2코린 8,9)
예수님은 제자들과 율법학자들을 강하게 바라보면서 하느님께서 셈하시는 것은 가난한 여자의 렙톤 두 닢이 아니라 그 두 닢의 귀중함, 다시 말해서 봉헌에 담긴 사랑과 희생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계신다.
2015년 11월 8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