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완 시인 / 사과와 도마뱀과 벽
엽서에 든 사과를 바람 한 줄기로 읽었군요 당도를 가늠하는 저울이 형체를 허무네요 붉은색을 흔들어 바닥에 쏟는군요
아무리 바닥을 쳐도 사과는 사과,
도마뱀이 제 꼬리를 물고 여름을 달려요 허물어진 입자가 모래시계를 뒤집어요
한여름에 쏟아진 눈 녹색 나뭇잎에 사나흘 햇살이 머물렀을까 주관적인 모래바람이 휘몰아치고
모서리를 쌓는 감정은 둥근 마음을 무너뜨리죠
화살촉 빼낸 과녁의 구멍 난 심장, 문자에 갇힌 관념은 몇 번을 죽어 꽃으로 피어날까요
무게로 벽을 높이는 저울은 틈이 없군요 다시 피라미드를 쌓는다고 흩어진 원소가 단단해질까요
빛을 오독한 바람이 입자를 흩트려요
거듭 낙과해도 번번이 태어나는 사과,
태양의 맛이 익어요 다시 도마뱀이 꼬리를 물어요
진부하고도 단단한 여기는 혹시, 외부인가요?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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