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미 시인 / 편의에 기울다
당신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습니다 이곳에 오기만 하면
24시간 당신의 허기진 욕망을 기다리며 자동형 인간처럼 돌아가는 눈이 있습니다 이곳에 발을 내딛기만 하면 당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예기치 않게 찾아온 당신은 천 원의 사랑을 마시고 싶다며 우유를 사거나 혀끝의 달콤한 비애를 느끼고 싶다며 다크초콜릿을 사고 잰걸음으로 사라집니다
당신은 무엇이든 가지고 싶지만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고 믿고 싶지만 편의점은 지극히 편의의 가게일 뿐 숨겨진 욕망이 편의적으로 거세될 수 있습니다
가끔, 아주 가끔은 퉁퉁 불어 터진 컵라면의 면발처럼 김빠진 맥주병의 갈색 침묵처럼 감쪽같이 편의적 습관으로 기울어진 당신은
어쩌면 365일 편의로 도배된 가게에서 인스탄트식 생의 편의에 중독되어 가고 있거나 육체의 편의에 가까이 다가가는 당신은 이제 영혼의 편의를 기웃거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격월간 『시사사』 2018년 11~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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