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옥 시인 / 내가 안정옥, 하고 불러 줄 때가 있어
상심에 지친 몸 속 한 부분이 가득차서 무슨 말이든 내게 간절하게 해주고 싶었어 우선 뚜벅뚜벅 아닌 출렁출렁 걷고 있는 나를 불러 세워야 된다고 생각 했어 이 자식아, 그건 아닌 듯 해 정옥아, 나는 나와 그렇게 살갑지는 못해 남이 부르듯 안정옥, 하고 불렀어 고심하며 내 이름을 지어준 사람도 있었어 지금은 내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 틈에서 살아 내가 내 이름을 불러준 이후부터 뱀 같은 혀들이 다알리아꽃으로 물들일 때 더 애타게 불러주었어 몇 번 하다 보니 서먹하던 감정도 사라져 내 자신을 나처럼 믿었던 암시, 나와 내가 함께 하는 분위기가 되었어 마음을 너에게 맡겼듯 이젠 나에게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했어 내 이름은 오랫동안 나를 먹고살았잖아
실수해도 내 이름은 푸드득거려선 안돼 온갖 방법을 쓰며 누구나 온전해지기를 꿈 꿔 자기와의 싸움에 이렇게 장기간 끌려 다니는 이는 사람뿐 일거야 이렇게 힘든 고독에게 평생 먹여줘야 하나 남도 아닌 내가 나를 수없이 겨냥한다는 건 곤혹스런 일이긴 해 그러니 남이 아닌 나 자신에게 이렇게라도 불러줘야 해 안정옥, 그러나 세상 너무 멀리는 가지 마,
계간 『시인수첩』 2018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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