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시인 / 고양이를 꺼내줘
앙칼지지 못하면서 그는 모국어를 버리고 있었다
젊다는 것은 모르는 게 많다는 것 체면은 모르는 것의 방어기제였다
자존심이 두껍다는 것은 경계가 심하다는 것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가 늘 뻐근했다.
쓸데없는 규칙을 만들어 절대란 단서를 붙여 놓고 접근금지, 물렁한 것들을 우습게 봤다
관계 장애에서 오는 속앓이는 점점 두꺼워지고 맘에는 부드러운 것이 괴지를 못했다.
이런저런 고달픔이 고양이 울음처럼 변해, 언제부턴가 그를 벽에 가두고 말았다
벽, 그건 너의 불안, 들키고 싶지 않은 뼈들, 다치고 싶지 않은 살들
기대어 사는 물렁함이 그리운 고양이 울음이 울음을 재우는 제의는 이제 그만,
이제 너를 꺼내자 꺼내 너의 보드라운 털을 빗겨 야옹, 너의 모국어로 말하는 연습을 하자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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