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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추인 시인 / 내게서 말똥내가 난다

by 파스칼바이런 2019. 3. 23.

김추인 시인 / 내게서 말똥내가 난다

 

 

          차마고도, 설산 넘는 길

          합파(哈巴) 당나귀들의 미션은

          무게를 견디는 일이다

           

          하얗게 아이라인 그린 눈으로

          실실 웃는 눈매는

          동키의 생존

           

          바윗길에 발굽을 다치며 긁히며

          안장 위의 무게에 속이 끓는지

           

          철부덕- 내 동공에 말똥 한 덩이

          싸대기 친다

          풀 내가 난다

           

          앞말에 똥싸대기를 맞고서야

          나를 지고 벼랑길을 가는 늙은 말

          욱신거릴 말굽을 생각한다

           

          엉성한 갈기의 목에 수박씨처럼 붙어

          피를 빠는 쉬파리의 생존도 보인다

           

          쉬익 쉬익-

          쑥대로 쫓으며 글썽이는 것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귀에겐지 파리에겐지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월호 발표

 

 


 

김추인 시인

1947년 경상남도 함양에서  출생. 연세대 교육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1986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온몸을 흔들어 넋을 깨우고』, 『나는 빨래예요』,  『광화문 네거리는 안개주위보』, 『벽으로부터의 외출』,  『모든 하루는 낯설다』, 『전갈의 땅』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