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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위선환 시인 / 창

by 파스칼바이런 2019. 4. 4.

위선환 시인 / 창

 

 

먼 하늘에 뻗어 있는 나뭇가지가 이쪽 공중에 비쳐 보이는 하루입니다.

이쪽 공중에 비쳐 보이는 나뭇가지는 비어 있고 먼 하늘에 뻗어 있는 나뭇가지에는 아직 덜 익은 열매가 달려 있습니다.

나는 손을 뻗습니다 먼 하늘에 달려 있는, 아직도 익고 있는 열매를 옮기어서 이쪽 공중에 비친 나뭇가지에 매답니다.

비로소 이쪽 공중에 뻗어 있는 나뭇가지가 먼 하늘에 비쳐 보이는 하루입니다.

문득, 낯모르는 새 한 마리가 이쪽 공중에서 먼 하늘로 이쪽 나뭇가지에서 먼 나뭇가지로 옮겨 앉습니다.

이쪽 공중에서 다 익은 열매가 지금, 먼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계간 『시와 세계』 2016년 여름호 발표

 

 


 

위선환 시인

1941년 전라남도 장흥에서 출생. 2001년 월간 《현대시》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한국문연, 2001) 과 『눈 덮인 하늘에서 넘어지다』(한국문연, 2003) 『새떼를 베끼다』(문학과지성사, 2007)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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