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환 시인 / 창
먼 하늘에 뻗어 있는 나뭇가지가 이쪽 공중에 비쳐 보이는 하루입니다. 이쪽 공중에 비쳐 보이는 나뭇가지는 비어 있고 먼 하늘에 뻗어 있는 나뭇가지에는 아직 덜 익은 열매가 달려 있습니다. 나는 손을 뻗습니다 먼 하늘에 달려 있는, 아직도 익고 있는 열매를 옮기어서 이쪽 공중에 비친 나뭇가지에 매답니다. 비로소 이쪽 공중에 뻗어 있는 나뭇가지가 먼 하늘에 비쳐 보이는 하루입니다. 문득, 낯모르는 새 한 마리가 이쪽 공중에서 먼 하늘로 이쪽 나뭇가지에서 먼 나뭇가지로 옮겨 앉습니다. 이쪽 공중에서 다 익은 열매가 지금, 먼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계간 『시와 세계』 2016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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