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미디안에서 이집트로 돌아간 모세(탈출 4,18-10,29)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하느님의 지팡이를 손에 든 모세는 아내와 두 아들 게르솜과 엘리에제르를 나귀에 태우고 이집트로 돌아갑니다(탈출 4,20). 이집트에서 미디안으로 달아날 당시의 모세의 여정은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는 어둠과 절망이 뒤섞인 여정이었다면, 미디안에서 이집트로 돌아가는 여정은 하느님의 초대로 시작된 여정이기에 여전히 미지의 길을 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세의 가족을 따라 걷는 우리의 발걸음도 가볍기만 합니다.
모세가 처음으로 만난 이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광야로 그를 마중 나온 형님 아론이었습니다. 모세는 아론과 함께 이스라엘 자손의 원로들을 만나 하느님의 말씀을 전합니다(4,29-31). 오랫동안 권력의 압제를 받았던 이들은 살아남기 위하여 권력에 굴종하거나 협력하는 길을 선택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런 권력에 반기를 들고 해방을 도모하는 일은 생계를 위협하는 위험한 일로 여겨지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모세가 전해준 하느님의 말씀은 그들에게는 기쁜 소식인 동시에 위험한 소식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이 노예살이의 땅을 떠나 약속의 땅을 향해 가는 여정을 시작하려면 이런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의 여정을 인도하실 것임을 신뢰해야만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집트 땅에서 일으키실 갖가지 이적으로 그들을 이런 믿음으로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그들은 파라오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세상의 주인이심을 알아보게 될 것입니다.
이제 모세는 아론과 함께 파라오를 만나 “내 백성을 내보내어 그들이 광야에서 나를 위하여 축제를 지내게 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전합니다(5,1). 그러나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파라오는 그 말씀에 순종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스라엘을 더욱 모질게 박해합니다. 벽돌 제작에 필요한 짚을 제공하지 않은 채 같은 양의 벽돌을 생산하게 합니다. 이에 이스라엘의 작업 조장들은 파라오에게 불평하였지만, 상황이 변화되지 않자 모세와 아론을 탓하기 시작합니다. 모세가 하느님께 이런 상황을 하소연하자 하느님께서는 결국 파라오가 주님의 강한 손에 밀려 굴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6,1 참조).
탈출 7-10장은 하느님께서 이집트 땅에서 일으키신 아홉 가지 재앙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일어난 세 가지 재앙은 피와 개구리, 모기의 재앙으로, 이 재앙 이야기들은 하느님과 그의 종들이 파라오의 종들보다 훨씬 더 뛰어남을 강조합니다. 셋째 재앙에서 이집트 마술사들은 경쟁에서 지고, 이 재앙이 하느님의 손가락이 하시는 일임을 인정합니다. 두 번째로 일어난 세 가지 재앙은 등에와 가축병, 종기의 재앙이며, 재앙이 이집트인들에게만 일어나고,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강조됩니다. 이 재앙들은 이집트인들에게 하느님의 현존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보호하시는 분이심을 보여줍니다. 여섯째 재앙(종기)에서 이집트의 마술사들은 종기에 걸린 나머지 다시는 모세와 아론과 경쟁할 수 없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일어난 세 재앙은 우박과 메뚜기, 어둠의 재앙으로, 이런 재앙이 지금까지 한 번도 내린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강조됩니다. 이 재앙들은 비교 불가능한 하느님의 권능을 드러냅니다. 여덟째 재앙(메뚜기 소동)에서 파라오의 신하들은 파라오가 졌음을 알아차리고 파라오에게 포기할 것을 권유합니다. 그러나 파라오가 주님 앞에 완전히 굴복하기까지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파라오의 완고한 마음처럼 그의 궁궐은 온통 어둠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오직 이스라엘 자손들이 사는 곳에서만 빛이 있었습니다(10,23).
[2021년 10월 10일 연중 제28주일 가톨릭마산 8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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