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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30주일, 전교 주일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25.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30주일, 전교 주일

- 전교에 대한 오해와 착각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가톨릭평화신문 2021.10.24 발행 [1634호]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전교’라고 하면 거리에서 어깨에 띠를 두른 채로 ‘예수님을 믿으면 천국 가고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무섭게 외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하느님과 신앙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과 반감을 지니게 만들지요. 강압적인 전교를 하는 사람들 자신도 잘 알고 있음에도 그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전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입니다. 영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자신이 구원받지 못할 불쌍한 미신자들에게 구원받도록 은혜를 베푸는 게 전교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신자들까지 잘못된 생각에 물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하느님에 대해 더 많이 알지도 못하고, 신심이 더 깊지도 않은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신앙을 전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 포기해버립니다.

 

신자들을 전교에 소극적이게 만드는 두 번째 오해는 전교를 남을 위해 하는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전교해야 하는 가장 근본 이유는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부활하신 주님을 이미 여러 차례 만난 제자들 사이에 아직도 그분의 말씀과 뜻을 의심하는 자들이 있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주님께서 일으키신 기적을 눈으로 보고, 말씀을 귀로 듣는 것으로 그쳤기에, 실천을 통해 구체화되고 삶을 통해 굳건하게 다져지지 못했기에 의심하는 마음이 남았던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전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의무감으로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게 전교가 아니라, 신앙의 진짜 기쁨을 누리고 참된 의미를 찾음으로써 하느님과 더 깊고 단단한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 그리하여 그분 나라에서 참된 행복을 누리는 데 필요한 심화 과정이 바로 전교인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단지 착하게 사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신앙은 ‘삶에서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입니다. 그분을 만남으로써 삶의 의미를 깨닫고, 참된 부활에 대한 믿음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며, 주님의 사랑으로 삶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 예수님은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고 하십니다. 세례를 받는다는 건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복음’이란 무엇일까요?

 

복음은 ‘하느님이 계시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사실이 복음입니다. 하느님이 나를 심판하셔서 지옥으로 보내시는 무서운 분이라면 그분이 나에게 무슨 기쁨이 되겠습니까? 하느님이 사랑이시고 그 사랑으로 나를 용서하시고 구원해주신다는 사실이 복음이며 그분의 사랑을 널리 전하는 것이 전교입니다. 성경에 담긴 내용을 앵무새처럼 떠들거나, 자신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신학적 내용을 그대로 전하는 것에 그친다면 복음이 아닌 종교를 전하는 일일 뿐입니다.

 

예수님은 당신께서 명하신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고 하십니다. 전교는 말로 전하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같이 살며 배우는 ‘도제식’ 교육으로 진행됩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는 가르침을 삶으로 살아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굶주린 이와 음식을 나누고, 병든 이를 위로하며, 슬퍼하는 이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힘들어하는 이의 손을 잡아줌으로써 우리는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도대체 어디 계시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우리 자신이 증거가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저 사람을 보니 정말 하느님이 계시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들을 정도가 된다면 하느님 나라가 지금 여기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