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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성경 속 식물 이야기] 기쁨과 풍요의 상징, 포도나무

by 파스칼바이런 2021. 11. 10.

[성경 속 식물 이야기] 기쁨과 풍요의 상징, 포도나무

엄혜진 헬레나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포도는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애용되는 과일입니다. 성경에서 포도는 “노아가 포도밭을 가꾸는 첫 사람이 되었다”(창세 9,20 참조)는 장면에서 처음 언급되며 기쁨과 풍요,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식물입니다. 또한, 포도 또는 포도밭(포도나무)이 구약성경에서 사용된 전반적 이미지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려지는 하느님의 구원 또는 심판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공생활 시작(카나의 혼인 잔치)과 마지막(최후의 만찬)에 포도가 언급된 것도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카나의 혼인 잔치의 비유를 떠올려봅시다. 유다인들의 풍습에 따르면, 혼인 잔치는 1~2주일 정도 지속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복음은 사흘째 되는 날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전합니다. 구약에서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성경 본문은 주님의 심판날이 다가왔다는 뜻입니다(참조: 신명 28,39; 아모 5,11). 이러한 배경에서 어머니가 간청하시자 예수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만드셨다는 것은(요한 2,1-12 참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서막이 시작됨을 의미합니다.

 

또한 예수님은 공생활 마지막에 만찬을 드시며 포도주가 든 잔을 들어 제자들에게 마시라고 하셨습니다(마태 26,27 참조). 이는 구원의 완전한 봉헌물인 ‘계약의 피’로 우리를 속량하기 위해 바치신 ‘예수님의 피’를 상징합니다. 또한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 참조) 하신 말씀에 따라 포도주는 성체성사의 본질적 표지가 되었습니다(마태 26,27-28 참조). 이 때문에 성찬례에 사용되는 포도주는 교회에서 인준하는 것만 사용합니다(교회법 제924조 3항 참조), 우리나라에서 포도 재배를 시작한 것은 초기 신앙인들에 의한 것인데, 그 목적은 미사 때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포도나무이며 우리는 “가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요한 15,5 참조). 신앙의 열매를 맺으려면 당신께 뿌리를 두고 붙어 있어야 함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더 나아가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내신다”(요한 15,2 참조)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붙어 있음’, 그 이상의 행위는 무엇일까요? 이는 요한복음에 자주 표현된 ‘머무름’입니다(요한 15,4 참조). 건조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포도가 양질의 포도주를 생산해낸다고 합니다. 이처럼 삶이 메마르거나 고통이 따를 때, 굳건하고 충실한 내적 행위인 ‘주님과 함께, 그분 안에 머무름’을 즐기게 된다면, 신앙의 맛은 더욱 달콤해지고 그 품위(1티모 2,2 참조)도 높아질 것입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요한 15,4)

 

[2021년 10월 24일 연중 제30주일(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전교 주일) 원주주보 들빛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