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온전한 의탁 가톨릭평화신문 2021.11.07 발행 [1636호]
교회 공동체는 매년 11월을 ‘위령 성월’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달의 첫 주일에 우리는 ‘평신도 주일’을 다시 맞이했습니다. ‘위령 성월’과 ‘평신도 주일’을 지내면서 마음 한구석에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의 시(詩)가 떠오릅니다.
나는 왔누나 온 곳을 모르면서 나는 있누나 누군지도 모르면서 나는 가누나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나는 죽으리라 언제 죽을지 모르면서
이 시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인간의 근원적 물음에 대한 답을 추구하도록 일깨워 줍니다. 길지 않은 삶을 열정적으로 살고 간 한 사제요, 그리스도인이었던 차동엽 신부는 자신의 저서 「가톨릭 신자는 무엇을 믿는가 1권」에서 만약 한국의 상황이었다면 둘째 연과 셋째 연 사이에 ‘나는 일하누나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면서’라고 한 연(聯)을 더 넣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올 한 해는 너무나 분주하게, 아니 코로나19 감염증 상황에서 너무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애쓰고 계신 모든 분들께 위안의 말씀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 우리는 과부 두 사람을 만납니다. 사렙타의 과부는 “이 주님이 땅에 비를 다시 내리는 날까지, 밀가루 단지는 비지 않고 기름병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1열왕 17,14)라고 전하는 예언자 엘리야의 말을 믿었고, 과연 그 말대로 됩니다. 하느님의 사람 엘리야를 먼저 생각한 그녀와 그녀의 아들에게 주님의 보호하심이 내린 것입니다.
한편,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과부를 칭찬하십니다. 그녀는 렙톤 두 닢, 자신이 가진 모두를 헌금함에 봉헌하였기 때문입니다. 두 과부는 자신의 생명을 포함한 전 삶을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새로운 여정을 걸어가려는 우리에게, 우리 삶의 중심을 누구에게, 또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많은 사람의 죄를 짊어지시려고 단 한 번 당신 자신을 바치신 그리스도’(히브 9,28 참조)께로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모아야겠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주님은 비지 않는 밀가루 단지와 마르지 않는 기름병을 선물로 주실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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