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대림 제3주일, 자선 주일 - 주님 기다리는 ‘기쁨’을 누리자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가톨릭평화신문 2021.12.12 발행 [1641호]
흙으로 만드는 ‘옹기’는 물에 적셔 빚는 과정과 불에 굽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단단한 그릇으로 완성됩니다. 그런데 그릇을 빚는 과정에서 재료를 준비하고, 모양을 잡는 일에 온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굽는 과정을 견뎌내지 못합니다. 재료로 쓸 흙이 중간중간 뭉치지 않도록 고운 체로 잘 밭쳐내야 합니다. 또한, 그릇의 두께가 적당하고 균일하게 전체적으로 균형 잡히도록 잘 빚어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수천 도의 가마에서 구워지는 동안 깨지지 않고 온전한 그릇으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는 과정도 이와 비슷합니다. 우리 마음이 욕심으로 뭉쳐 굳어지지 않도록 감사의 체로 밭쳐내고 겸손의 절구로 다져내야 합니다. 우리의 사랑과 관심이 한쪽으로만 치우쳐 다른 쪽이 얇아지거나 구멍이 나지 않도록, 하느님 뜻에 맞게 잘 균형 잡히도록 신경 써줘야 합니다. 그래야 종말이라는 시간을 거치는 동안 부서지거나 깨지지 않고 구원받을 존재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습니다.
요한 세례자는 우리가 각자의 삶을 하느님 뜻에 맞게 잘 빚어내도록 인도하는 예언자로서 소명을 받은 사람입니다. 그 소명에 따라 사람들에게 ‘물’로 세례를 베풉니다. 푸석푸석한 우리 마음의 흙에 회개의 물을 뿌려 촉촉한 진흙으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만들어진 진흙을 의지와 노력이라는 물레 위에 올려놓고 열심히 모양을 잡아갑니다. 물레 돌리는 일에는 집중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거나 욕심을 부리면 그릇은 무너져내리기 십상입니다. 그릇이 모양을 갖추었다고 방심해도 안 됩니다. 꼼꼼히 살펴가며 적당한 두께로 균일하게 잘 빚어졌는지,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혀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가마에 넣었다가는 갈라지거나 깨져버립니다. 일단 가마에 넣은 후에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반죽이 말라 딱딱해지면 다시 빚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반죽이 아직 물기를 머금고 있을 때 모양을 잘 잡아야 합니다. 우리 영혼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이 끝난 후에는 심판의 결과를 되돌릴 수 없습니다. 우리 생각이 잘못된 방향으로 굳어져 딱딱해지면 주님 뜻에 맞게 다시 빚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잘 헤아리며 나의 삶을 그분께서 바라시는 모습으로 잘 빚어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한은 대단한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하고 평범한 일들을 하느님 뜻에 맞게 잘 빚어나가라고 권고할 뿐입니다.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먹고 입는 것들을 여유 있게 가지고 있으면 그것을 욕심으로 쌓아두지 말고 가지지 못한 이들과 기꺼이 나누라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시기로 정한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말라고 합니다. 타인의 것을 빼앗아 제 욕심을 채우려 하지 말고 자신이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하라고 합니다. 만족하며 감사할 줄 알아야 비로소 삶의 참된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삶이라는 그릇을 주님께서 바라시는 모습으로 끝까지 잘 빚어낼 힘은 그 기쁨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가톨릭교회는 대림 3주간에 신앙생활을 통해 얻는 참된 기쁨에 대해 묵상합니다. 주님 성탄 대축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다림의 시간 동안 회개하고 변화하도록 힘을 내자는 의미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의도는 주님을 기다리는 일 자체가 자신에게 ‘기쁨’이 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의무감이나 두려움으로 하는 신앙생활은 오래가지 못할뿐더러, 그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합니다. 일상에서 주님의 뜻을 선택하고 따르는 일이 내게 기쁨이 되어야 꾸준히 계속할 수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내 영혼이 주님의 모습을 닮아가도록 열심히 사랑을 실천해야 주님 보시기에 흡족한 그릇으로 완성되어 그분께서 베푸시는 은총과 사랑을 가득 담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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