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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입타 (1)

by 파스칼바이런 2022. 3. 22.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입타 (1)

함원식 이사야 신부(갈전마티아 본당 주임)

 

 

판관 입타 시대는 이스라엘 백성의 우상숭배가 극심했습니다. “그들은 바알들과 아스타롯, 아람의 신들, 시돈의 신들, 모압의 신들, 암몬 자손들의 신들, 필리스티아인들의 신들을 섬겼다.”(판관 10,6) 이렇게 하느님을 저버린 결과 이스라엘 백성은 필리스티아인들과 암몬인들에게 짓밟히고 억눌리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그들이 뉘우치며 하느님의 도움을 청하자, 하느님께서 ‘힘센 용사’(판관 11,1) 입타를 보내주십니다.

 

가드 지파 출신인 입타는 서자로 태어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고 지파에서 쫓겨나 므나쎄 지파 땅을 떠도는 신세가 됩니다. 그런데 판관 11,3은 입타가 건달들과 함께 노략질했다고 하는데, 꼭 이렇게 부정적으로 번역할 필요는 없습니다.

 

건달로 번역한 히브리어 ‘아나쉼 레킴’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이들, 아무것도 아닌 이들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사실 히브리어 ‘야차’를 노략질로 번역한 외국어 성경도 드뭅니다. 따라서 입타 주변에 그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힘센 용사인 입타가 전쟁의 승리를 가져오리라고 기대하는데, 입타는 전쟁의 주인공은 하느님이시라고 합니다.(판관 11,9) 이렇게 하느님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이 강도단의 수괴였으리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요.

 

암몬인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명분은 이들이 자신들의 땅을 무단으로 점유했다는 것이었습니다.(판관 11,13) 이에 대해 입타는 판관 11,15-27에 걸쳐 길게 반박합니다. 입타는 출애굽 경로를 상세히 밝히며 이스라엘의 영토가 암몬과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입타 외에 누구도 이 사실을 암몬인들 앞에서 말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자기들의 역사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역사를 잊어버렸으니 당연히 그 역사 속에서 당신을 계시하신 하느님도 잊게 된 것이죠.

 

그런데 입타만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 홀로 하느님 신앙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입타가 힘센 용사였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 점이 하느님께서 그를 판관으로 선택하신 까닭으로 보입니다.

 

입타는 암몬인들에 맞서 싸워 큰 승리를 거둡니다. 그런데 입타의 이야기는 그냥 이렇게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아직 입타는 우리에게 중요한 무엇인가를 더 말하고 싶어 합니다.

 

[2022년 2월 27일 연중 제8주일 가톨릭안동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