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맛들이기] ‘사순절’(四旬節)과 ‘40’이라는 숫자 이승환 루카 신부(제2대리구 복음화2국장)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축제하면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의 열정적인 축제 ‘카니발’(Carnival)을 떠올립니다. 가면무도회나 행진을 하면서 먹고 마시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열정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카니발은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에 하는 축제입니다. 카니발은 ‘고기’를 말하는 Caro와 ‘잔뜩 배불린다’는 Valens의 합성어입니다. 사순절이 되면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없기에 미리 먹고 즐기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힘든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더 이상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희생을 약속하는 표현이며,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기를 고대하는 기다림의 기간이기도 합니다. 카니발 축제 기간이 끝나면 교회는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40일 동안 사순절을 지내게 됩니다.
성경과 유다인의 전통에서 ‘40’이라는 숫자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타락하였을 때 40일 동안 비를 내려서 죄인들을 벌하셨습니다(창세 7장). 또한, 모세는 하느님께 십계명을 받기 위해 40일 동안 시나이 산에서 단식하며 지냈고(탈출 34,28), 엘리야도 호렙 산에서 하느님의 계시를 받기 위해 천사가 주는 음식만으로 40일을 지냈습니다(1열왕 19,8).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탈출하고 약속된 땅에 들어가기 위해 광야에서 사십 년간 유랑 생활을 했습니다(탈출 16,35; 민수 14,34). 예수님께서도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광야에서 40일간 단식과 기도를 하셨고(마르 1,12-13), 승천하시기 전 40일 동안 지상에 머무셨습니다(사도 1,3). 이처럼 ‘40’이라는 숫자는 성경에서 중대한 사건을 앞두고 ‘준비하는 기간’을 상징하며, 참회와 속죄를 하고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필요한 준비 기간을 상징하는 숫자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인 부활을 제대로 맞이하고자 마음의 준비를 하는 기간을 40일로 정한 것은 나름대로 성경적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해서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사도 바오로께서는 로마 교회에 보내는 서신에서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3-5).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은 오늘날 어려움을 겪는 우리 모두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여전히 코로나 여파로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번 사순절은 인류에게 이러한 시련을 허락하시는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하는 가운데 하느님을 더 깊이 만나는 은총의 시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에게 돌아오너라”(요엘 2,12-13).
[2022년 3월 6일 사순 제1주일 수원주보 3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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