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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인호 시인 / 봄 안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2. 20.

김인호 시인 / 봄 안개

 

 

안개에 묻힌 산 아래 마을

 

개 짖는 소리 요란하다

 

누가 담장 너머 매화 향을 훔치나 보다

 

- <시에티카> 2022, 상반기

 

 


 

 

김인호 시인 / 참게 이야기

 

 

섬진강 매운탕 집 뒤뜰에

큰항아리 가득 참게가 들어 있는데

그 항아리 뚜껑이 없어

다 도망가지 않을까 물으니

 

걱정 없지요

참게란 놈들 참 이상한 놈들이어서

한 놈이 도망을 가려고 기어오르면

밑에 다른 놈들이

꼭 그놈의 다리를 붙잡아

끄집어내려 놓고 말지요

 

아무리 뚜껑을 열어 놓아도

결국 한 놈도 지척인 강으로

못 돌아간다는,

 

참게들 이야기 듣다가

그렇구나,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다

그만 섬뜩해집니다

 

 


 

김인호 시인

1959년 광주(光州)에서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과 졸업. 1991년『인천문단』으로 시, 2017년 『시에』로 수필 등단하였다. 시집 『땅끝에서 온 편지』 『섬진강 편지』 『꽃 앞에 무릎을 꿇다』. 한국작가회의, 시에문학회 회원. 지리산문화예술학교 운영위원장. 한국남부발전 사보 편집담당. 1996. 문학세계 신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