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욱 시인 / 겨울 벌판에서
저 몇 겹 빙하의 땅 눈발이 날리고 있다 눈보라에 실려 가는 가벼운 너의 중량 하늘로 가 닿은 길이 폭설 속에 지워진다.
사랑은 빙판 위로 맨발로 걸어오고 오랑캐꽃 속살로써 해빙하는 겨울 벌판 빛살의 은하를 굴리듯 눈이 부신 동토여.
갈증으로 찢긴 깃털 겨울새가 날아든다 첨탑에 머문 바람 지상에서 풀어지고 발목을 끌며 끌며 오는 예감의 삼월 봄날.
가슴 안 푸른 수액 신열을 뒤척인다 소금기에 절은 아픔 풀꽃으로 피어나고 다 떠난 적막을 쓸며 꿈을 꾸는 모둠발.
빛이여 새의 부리 끝으로 돋아나는 기운이여 무시로 젖어드는 무한 속의 떠돌이 별 마지막 살에 살 비비며 어둠 속을 걷는다.
정성욱 시인 / 그대 간 곳은
길은 나를 한사코 남도로 끌고 가고 다시 잡풀처럼 자라는 내 안의 추억 한 점, 가문비 가문비나무 늦은 비가 내렸다.
스스로 마음의 문을 빗장처럼 잠근 세월 상처는 아물다가 봄볕처럼 다시 도지고 쓸쓸히 돌아앉아서 부르는 나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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