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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미영 시인 / 장작불을 보며

by 파스칼바이런 2022. 12. 28.

박미영 시인 / 장작불을 보며

 

 

도끼로 패어 바스라진 상처가

무늬인 참나무들이 나란히 누웠다

불 속인지도 모르고

들어가기 위해 참 나란히 누웠다

참 속 다르고 겉 다르다

아무에게도 벌떡 자리를

내어 주지 않을 것처럼

옹이투성이인 겉 속엔

부드러운 결을 내며 자란 흔적

고스란히 간직하고 묵묵하게

누운 세월이 그대로다

불길 속은 정말 나무들이

태워지는 것이 아니라

나무들이 다시 벌떡 일어서며

일으키는 낯 뜨거운 반란이었다

 

 


 

박미영 시인

1968년 대구에서 출생. 2013년 계간 <시의 나라>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비열한 거리』(작가콜로퀴엄, 2003). 현재 계간『낯선 시』의 편집장. ‘대구작가콜로퀴엄’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