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명 시인 / 투명 고양이
고층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 자동차 도로 한 켠에 작은 털 외투 하나 찢겨진 채 버려져 있다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지나가던 바람이 마른 풀같은 잔털들을 뒤적거리고 있는 보도블럭 위에서 나는 잠시 높은 허공을 응시한다 투명한 허공 중에서 둥근 낮달 하나 엷은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한때 반지르르 윤기 흐르던 털 외투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고양이는 발가벗은 채 어디로 갔을까
저 허공 속 발가벗은 고양이는 너무 투명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투명한 것들이 유심히 나를 보고 있다
-2007년 문학과창작 작품상 수상작
이나명 시인 / 중심이 푸르다
얼룩말이 뛴다 암말과 숫말들이 온종일 뛰어돌아다닌다 평원은 없다 민들레 애기똥풀들이 노랗게 펼쳐보이는 세상 엄마 뱃속에서 방금 나온 새끼 얼룩말이 가느다란 두 다리로 한들한들 하는 건가요 그러니 얘야, 네 안의 기둥을 절대 놓치지 마라 제 안의 푸른 기둥을 꼭 붙잡은 야생의 풀들은 중심이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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