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야 시인 / 휴일이 된 사람 외 1편

이설야 시인 / 휴일이 된 사람     당신은 휴일이 된 사람 동전 여덟 개 때문에   다섯 식구들 쪽방에서 죽은 성냥처럼 지냈지 그래도 불을 피울 수 있을 거야 하루하루 날품 팔며 쓰레기를 주우면 심장이 곧 따뜻해질지도 몰라 방바닥이 활활 타오를지도 몰라   심장은 하나 슬픔은 여럿   당신은 죽어가던 태양 아래 걷다가도 햇빛을 훔친 것처럼 움츠러들곤 했지 부르튼 입술로 유전무죄 무전유죄 없는 죄가 늘어났지 고통은 나눌수록 커졌지 그들이 기억하기 싫어서 기억에서 사라진 사람들   심장은 하나 슬픔은 여럿   당신은 동전 여덟 개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거절당한 블랙리스트 휴일이 된 사람         이설야 시인 / 겨울 속의 도마뱀     1 12월은 꼬리 자르고 도망가는 도마뱀 머리   2 나는 잘못 꾼 꿈을 돌돌 말아서 서랍 속에다 처박아 놓고 깨진 거울 속으로 출근하지   3 뿔난 사장이 거울 밖으로 도마뱀을 던지는 아침 꼬리 잘린 사람들이 서로의 꼬리를 찾아 헤매는   4 초록빛 수저를 내미는 굽은 혓바닥들 잘린 손가락들 겨울이 가지 않는 얼음 공장 얼음 나라   5 매일 미끄러지지 같은 운명선이 그어진 발바닥들   6 절반은 웃고, 절반은 울면서 도마뱀이 깨진 거울 속으로 돌아오고 있지   7 꼬리 잘린 공장 굴뚝연기는 조금씩 죽어 가는데   8 나는 거울 밖을 뛰쳐나와 거울을 거꾸로 들지   9 거울 속에는 아무것도 없지 아무것도 있지   10 심장은 내일도 기침을 하지   11 다시 꼬리가 자라기 시작하는 나의 푸른 도마뱀       이설야(李雪夜) 시인 1968년 인천에서 출생.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인하대 국어국문학과 석. 박사과정 수료. 2011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