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 시인 / 간지러운 쌀밥
태풍과 땡볕을 길들이던 불굴의 마음 한 자루 잘 받았습니다 청둥오리 정강이를 쪼고 미꾸라지 발가락을 간질이는 흙에서 참새 까치 메뚜기와 투닥거리던 명랑한 착한 녀석들이라지요 물과 흙과 뭍바람들을 버무려 백옥처럼 빚으셨군요 아이들이 별들이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시간에 헤아릴 수 없는 순백의 그 사랑 다섯 홉 펄펄 끓어 넘칩니다
“쿡쿠~,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당신이 보내주신 힘들과 당신이 보내주신 한 자루의 휴식이 내 하루의 긴 간지럼을 태웁니다
이신 시인 / 낯선 열쇠에 열리다
전동차에서 열쇠를 주운 밤 귀갓길이 짤그랑거린다 전동차와 나와 길 사이에 어둠이 있고 우리는 서로에게 여닫이 문 서로를 노크하며 여닫고 있다
의문의 복도를 걸으며 열쇠를 찾아본다 나는 어디에 그 많은 열쇠를 두고 왔을까 손바닥을 펴자 무거운 허공이 올라앉고 강산이 네 번째 바뀌는 동안 점점 더 많은 문을 달고 있는 손금 속의 길들이 낯익다
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문과 찾아가 보지 않았던 열쇠들에 대해 언제쯤 분실신고가 필요해질까 쩔그렁, 전체가 문인 낯선 열쇠에게 문고리 하나 잡혀 있는 밤 빈 방에 주인이 든다
2006년 시와창작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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